"후반에 무너지기는 했는데 17번홀까지 1위인줄 알았어요"

미야자토 아이(일본)와 숨막히는 대결 끝에 2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재역전 우승을 차지한 최나연(22.SK텔레콤)은 첫 우승이 믿기지 않는다며 모처럼 밝게 웃었다.

LPGA 투어 55개 대회 출전만에 우승한 최나연은 "그동안 우승하지 못해 많이 속상하고 미국에 건너올 것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자신감을 얻었다.

남은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옆에 있어 준 김송희(21)에게 "우승 못한 저주를 내가 먼저 풀었으니 다음에는 네가 우승해라"고 말했다는 최나연은 "내년에 삼성월드챔피언십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꼭 대회가 다시 열려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 일문일답.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우승이다.

▲그동안 우승을 하지 못해 많이 속상했다.

미국으로 건너온 것이 후회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우승을 했으니 모든 것을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

--전반에 앞서나가다 후반에 크게 흔들렸다.

▲초반에는 리더보드를 보면서 경기했다.

전반에 경기가 잘 풀렸는데 너무 우승을 의식하면서 긴장이 된 것 같다.

11번홀에서 보기를 한 뒤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다.

--우승은 언제 예감했나.

▲후반에 흔들리기는 했지만 잘 하고 있다고 내 자신에게 얘기했다.

15번홀에서 플레이 속도를 높이라고 경기위원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17번홀에서 퍼트를 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1위인 줄 알았다.

--승리를 결정지은 18번홀 상황은.


▲193야드를 남기고 두번째 샷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쳤는데 오른쪽으로 갔고 좀 짧았다.

하지만 물에 빠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최근 캐디를 바꿨다는데.


▲새 캐디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비제이 싱과도 여러차례 우승했던 폴 푸스코다.

이전 캐디도 좋았지만 우승 경험이 있는 캐디가 필요했다.

이번이 네번째 대회인데 컨트롤을 잘 해 줬다.

--신지애와 챔피언조에서 동반플레이를 했는데.


▲한국에서 여러번 같이 경기를 했기에 편안했다.

내가 후반에 자꾸 흔들리니까 지애가 "긴장하지 말고 쳐라"고 말해줬다.

--앞조에서 경기하던 미야자토가 18번홀에서 두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는 것을 봤나.

▲나는 못봤다. 지애가 얘기해 줬다.

--경기가 끝난 뒤 누가 제일 많이 축하해 줬나.

▲김송희였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내 경기를 지켜봐 줬다.

비슷한 나이에서 우승 못한 선수가 나하고 송희였다.

내가 우승 못한 저주를 풀었느니 다음에는 네 차례라고 말해 줬다.

--최근 미국 생활은 어떤가.

▲부모님이 함께 생활하며 뒷바라지를 해 주셨는데 석달전부터는 혼자 생활하고 있다.

혼자 요리도 하고 재미있게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 뛰고 있는 동료들도 많아 큰 불편없이 보내고 있다.

--내년에 이 대회에서도 타이틀을 지킬 수 있을까.

▲삼성월드챔피언십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경제 불황으로 LPGA 투어가 축소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이 주최하는 대회는 꼭 유지됐으면 좋겠다.

내년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꼭 다시 출전하고 싶다.

--앞으로 일정은.

▲다음 주 열리는 LPGA 투어 CVS/파머시 대회는 출전하지 않는다.

휴식을 취하고 싶다.

10월 열리는 한국대회 하이트컵 챔피언십을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