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시대 마술에 쓰이던 '개미잡이(Jynx torquilla)'라는 새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징크스(jinx)'란 말은 불길한 징후를 뜻하는 것으로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일을 일컫기도 한다.

지구촌 최대 축구잔치인 월드컵에서도 `징크스'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객관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들이 어김없이 재현되면서 참가국들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본선 출전국이 속속 확정되면서 약 9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벌써 월드컵 징크스도 고개를 들면서 축구팬 사이에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월드컵과 관련된 대표적 징크스를 알아본다.

◇4강 징크스

전(前) 대회 4강 진출국 중 3, 4위 팀이 번갈아가면서 다음 대회 지역예선에서 탈락하는 징크스다.

이 징크스는 1986년 멕시코 대회 3위 프랑스가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예선에서 탈락하고 나서 아직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에 이어 잉글랜드(1990년 4위), 스웨덴(1994년 3위), 네덜란드(1998년 4위), 터키(2002년 3위)가 차례로 4강 징크스의 희생양이 됐다.

이 징크스대로라면 남아공 월드컵에는 2006년 독일 월드컵 4위 포르투갈이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할 차례다.

공교롭게도 포르투갈은 현재 유럽 예선 1조에서 두 경기를 남겨두고 3승4무1패(승점 13)로 덴마크(5승3무.승점 18), 스웨덴(4승3무1패.승점 15)에 이어 조 3위에 처져 4강 징크스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 예선에서는 조 1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2위끼리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데 포르투갈은 일단 자력으로는 1위를 차지할 수 없는 처지다.

자칫하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내년 남아공에서 못 볼 수도 있다.

◇펠레의 저주

브라질 축구스타 호마리우는 한때 "펠레는 입만 다물면 시인인데…."라고 말했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우승하고 싶으면 펠레의 말을 잘 듣고 거꾸로 움직이면 된다"고 꼬집었다.

브라질 `축구황제' 펠레가 우승 후보로 꼽는 팀이나 칭찬하는 선수는 늘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는 징크스를 두고 이른 말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스페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프랑스를 우승 후보로 꼽았지만 두 팀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펠레의 예상은 번번이 빗나갔다.

펠레가 비난의 화살을 겨눠 내뱉은 말은 오히려 축복이 되기도 했다.

펠레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브라질 스트라이커 호나우두를 향해 "행운의 여신이 호나우두를 외면했다"고 쏘아붙였지만 호나우두는 일본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두 골을 몰아쳐 게르트 뮐러(독일)의 월드컵 최다골 기록과 동률을 이뤘고, 가나와 16강전에서 한 골을 추가하며 대기록을 달성했다.

펠레는 `펠레의 저주'라는 말에 대해 "(독일 월드컵에서) 에콰도르의 16강 진출처럼 자신의 예언이 적중한 것도 많은데 언론에서 틀린 것만 지적해 사람들이 환호하게 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펠레는 지난 7월 나이지리아를 방문해 "나이지리아는 내년 남아공에서 아프리카 팀으로는 처음으로 4강에 오르는 팀이 될 것"이라는 덕담을 전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는 현재 아프리카 예선에서 1승3무(승점 6)로 튀니지(2승2무.승점 8)에 이어 B조 2위에 올라 있어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프리카 예선에서는 조 1위만 본선 무대에 설 수 있는데 튀니지가 약체 케냐, 모잠비크와 대결을 남겨 둬 나이지리아에 본선 출전의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남미-유럽 교차 우승

세계축구를 양분한 남미와 유럽이 1966년 잉글랜드 대회부터 40년 동안 약속이나 한 듯 번갈아가면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잉글랜드(1966년), 브라질(1970년), 서독(1974년), 아르헨티나(1978년), 이탈리아(1982년), 아르헨티나(1986년), 서독(1990년), 브라질(1994년), 프랑스(1998년), 브라질(2002년)이 차례로 세계축구를 호령하더니 2006년에는 이탈리아가 정상에 올라 남미-유럽 교차 우승을 이어갔다.

유럽이 우승할 차례였던 2006년에는 4강 모두 유럽 팀이었다.

이런 법칙이 이어진다면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남미가 우승할 차례인데 현재 남미 축구의 쌍벽을 이루는 브라질이 남아공행 티켓을 획득했지만 아르헨티나는 본선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빠져 있다.

◇개막전 징크스

디펜딩 챔피언은 개막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징크스다.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전 대회 우승팀 브라질이 유고와 득점없이 비기면서 시작된 이 징크스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 개막전에서 아르헨티나가 벨기에에 0-1로 패하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개막경기에서 역시 아르헨티나가 카메룬에 0-1로 패해 절정에 달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직전 대회 우승팀 프랑스는 세네갈에 0-1로 져 결국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보따리를 쌌다.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전 대회 우승팀의 본선 자동 출전권이 없어졌고 개막경기는 전 챔피언 대신 개최국이 치르게 되면서 이 징크스는 중단됐다.

독일 월드컵에서는 독일이 코스타리카를 4-2로 물리쳐 개막전에서 강팀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변의 법칙도 적용되지 않았다.

◇개최국, 1차전 불패 및 2라운드 100% 진출
개최국은 본선 첫 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2006년까지 18번의 월드컵을 치르며 개최국은 1차전에서 14승5무를 기록했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2002년에는 한국이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폴란드를 2-0으로 꺾었고, 일본은 벨기에와 2-2로 비겼다.

또 개최국이 1라운드에서 탈락한 적도 없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