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9일 1982년 출범 이후 최대 경사를 맞았다. '가을 잔치(한국 시리즈)'를 앞두고 역대 최다 관중 기록(540만명)을 갈아치운 것이다. 지난 3월 야구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이 야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점화시켰고,KIA롯데 두산 등 팬이 많은 팀들이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친데다 경기마다 화끈한 타격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6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는 프로야구는 온 가족이 즐기는 대중 스포츠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들어 9일까지 정규리그 532경기 중 488경기를 치른 결과 8개 구단의 총 관중 수가 540만725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전 최다 관중은 1995년 달성했던 540만6374명이었고,지난해 관중 수는 525만6332명이었다. 올 시즌 구장당 평균 관중 수가 1만1100명이어서 시즌이 끝날 때면 58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달콤살벌한 1위 싸움…구름관중 끌었다
구단별로도 KIA 히어로즈 SK 등이 이미 역대 최다 관중 수를 돌파했고,두산은 이번 주 중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팀은 매일 관중 신기록 행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최다 관중 기록 경신은 개막전에서 전 구장 매진 및 최다 관중 기록(9만6800명)을 달성하면서 예고됐다. 프로야구 붐을 일으킨 것은 국가대표팀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지난 3월 WBC 준우승 이후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지난해부터 4개 구장의 모든 경기를 케이블TV를 통해 중계한 것도 야구 열기를 달구는데 일조했다.

무엇보다도 선두 자리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4위 자리를 두고 박빙의 게임이 펼쳐진 게 관중 증가의 일등 공신이다. 전통의 명문구단 KIA가 부진을 씻고 선두에 나서면서 전국에 분포하고 있는 팬들을 결집시켰고,SK도 막판 선두 경쟁에 나서면서 관중 수가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130만 관중 기록을 세우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롯데가 올해도 플레이오프 마지막 티켓을 두고 접전을 벌이며 평균 2만명 이상의 관중을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을 연고지로 둔 두산과 LG도 90만명을 돌파하는 등 여전히 높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스타들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WBC에서 뛰었던 김광현(SK) 이용규(KIA) 류현진(한화) 김현수(두산) 봉중근(LG) 등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홈런과 장타 부문 선두인 김상현(KIA)과 신인왕 후보인 홍상삼(두산),안치홍(KIA) 등 새로운 스타가 등장한 것도 경기의 재미를 더했다.

구단들도 다양한 이벤트로 관중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인기구단인 롯데와 두산은 내야석을 지정좌석제로 정해 팬들의 로열티를 높였다. 입장료를 할인하고 사인회를 여는 두산의 '베어스데이'처럼 구단마다 독특한 이벤트를 선보인데 힘입어 여성 관중이 지난해 보다 50% 가량 늘어 전체관중의 40%에 육박하고,가족 단위 관중도 증가세다.

일부 구단은 원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러 중 · 장년층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경기 불황에 시달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김소식 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은 "화끈한 야구를 펼치는 KIA 바람이 분데다 롯데 두산 등도 선전하면서 프로야구 관심이 뜨거워졌다"며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등 관중 기반이 확대돼 조만간 600만 관중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