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제가 던진 야구공 속도를 스피드건으로 측정해 봤더니 시속 110㎞ 밖에 나오지 않더라구요"

한국남자핸드볼의 거포 윤경신(두산)은 휴식 시간에는 야구를 즐긴다며 재미삼아 자신이 던진 야구공 속도를 측정해 본 뒤 실망했다고 한다.

203㎝의 장신 윤경신은 "아마도 야구 선수가 쓰는 근육과 핸드볼 선수가 쓰는 근육이 다른가 봐요"라며 웃었다.

하지만 투수는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18.44m의 거리를 던지는 데 비해 핸드볼 선수들은 불과 8∼9m의 거리에서 뛰어오르며 골문을 향해 공을 내리꽂는다.

국가대표 골키퍼 강일구(인천도시개발공사)는 "2m가 넘는 경신이형이 점프해서 공을 던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정말 무섭죠"라며 웃었다.

공격수들의 슛을 막아내야 하는 골키퍼들은 경기 도중 볼에 얼굴을 맞고 코트에 나뒹구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로 출전한 골키퍼 한경태는 연습경기를 하던 중 공을 맞아 실명할 뻔했다.

윤경신은 "상대팀이지만 같이 핸드볼을 하는 동료다. 의도적으로 골키퍼를 맞히려고 하는 것은 아닌데 가끔 공이 손에서 빠지면서 골키퍼 얼굴에 맞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정면에서 슛을 쏠 때보다 측면 공격을 할 때 더 자주 일어난다.

여자국가대표 윙어 우선희(삼척시청)는 "측면에서는 점프를 많이 해 체공시간을 이용한 슛을 날린다. 체공시간이 길면 골키퍼의 빈틈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키퍼가 각도를 잡고 나오면 공을 던질 곳이 마땅치 않다.

급한 마음에 슛을 하면 골키퍼 얼굴을 강타하고 만다.

이처럼 골키퍼들이 수난을 당하기 때문에 핸드볼 규칙은 고의로 골키퍼의 얼굴을 공으로 맞히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골키퍼가 두 다리를 고정하고 상체를 움직이지 않을 때 공을 얼굴에 맞히면 심판은 2분간 퇴장을 준다.

골키퍼가 당하는 고통을 생각한다면 징계가 너무 약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한재우 심판위원장은 "국제핸드볼연맹은 이 때문에 골키퍼 보호 규정을 강화했다. 내년 8월부터는 골키퍼가 두다리를 고정한 뒤 상체를 움직일 때 얼굴을 맞힌 선수에게 바로 퇴장토록하는 규정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한재우 심판위원장은 "우리는 골키퍼 보호 차원에서 내년 1월 핸드볼 큰잔치 때 이 규정을 앞당겨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