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프로야구는 정수근(32) 문제로 내내 시끄러웠다.

정수근이 8월31일 밤 부산 해운대구 한 주점에서 만취해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면서 사건이 알려졌고, 롯데 구단은 정수근과 더는 함께할 수 없다며 퇴출을 결정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는 3일 정수근에게 무기한 실격 처분을 내렸다.

정수근은 2004년 시민에게 방망이를 휘두른 사건과 작년 8월 만취 상태로 경비원, 경찰관을 폭행한 일에 이어 세 번째로 중징계를 받았다.

주취 상태와 신고의 진위를 놓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지만 정수근이 그라운드에 돌아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과도한 음주와 무절제한 사생활, 자제력을 잃은 폭력성 등으로 패가망신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적지않다.

때로는 '개과천선' 해 재기하는 선수도 있지만 악동, 반항아, 문제아의 이미지를 끝내 벗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하는 경우도 많다.

◇그놈의 성질 때문에 = 불 같은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은 프로 스포츠의 본고장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농구 코트에서는 데니스 로드맨(48)이 대표적이다.

심판을 머리로 들이 받는 것은 예사이고 감독에게도 얼음 주머니를 집어던졌다.

카메라맨도 때렸다.

총천연색 머리 스타일의 로드맨은 올해의 수비상도 받고 리바운드에선 독보적인 능력을 자랑했지만 은퇴할 때까지 온갖 기행을 일삼았다.

장외에서도 수차례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뉴캐슬 미드필더 조이 바튼(27)의 폭력성을 따라갈 자가 없다.

팀 동료와 10대 팬 가릴 것 없이 주먹을 휘둘러 두 번이나 교도소에 다녀왔다.

메이저리그에는 시카고 컵스 외야수 밀턴 브래들리(31), 시카고 화이트삭스 포수 A.J 피어진스키 등이 집단 난투극의 단골손님이다.

브래들리는 2000년 이후 무려 17차례나 퇴장당했다.

피어진스키는 '메이저리그의 로드맨'으로 불린다.

존 매켄로(50)는 신사 스포츠인 테니스의 '원조 악동'이다.

메이저대회를 7번 휩쓸었지만, 걸핏하면 라켓을 집어던지고 심판에게 삿대질해댔다.

피 튀기는 사각의 링에서도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43)의 엽기적인 폭력은 무지막지하다.

타이슨은 1997년 에반더 홀리필드와 세기의 대결에서 상대 귀를 물어뜯어 '핵이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롯데에서 뛴 다혈질 용병 펠릭스 호세(44)가 1999년 플레이오프에서 관중석에 방망이를 집어던졌고 2년 후 빈볼을 던졌다고 마운드로 달려나가 투수 배영수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등 공포의 대상이었다.

◇술이 원수 = 스포츠 스타들의 '사고'에는 종종 음주가 동반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옮긴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는 음주와 여성편력으로 유명하다.

최근 로스앤젤레스의 한 클럽에서 광란의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파파라치 카메라에 잡혔다.

호날두는 구설수에도 실력과 몸값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골프장의 악동 존 댈리(43)는 1991년 PGA 챔피언십 우승과 함께 최고의 장타자로 날렸지만 지나친 음주와 기행, 체중조절 실패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몸무게를 27㎏이나 빼고 재기에 시동을 걸었지만 성적은 신통찮다.

축구 대표팀은 2007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컵 당시 음주 파문에 휩싸였고 이운재, 이동국 등 4명이 대표팀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방황하는 별들 = 강속구 투수로 유명했던 김진우(26)와 노장진(35)은 잦은 방황 끝에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반항아 이미지가 강했던 노장진은 연락 두절 상태로 팀을 이탈했고 사상 처음 FA(자유계약선수) 미아가 됐다.

풍운아 고종수(31)는 1990년대 앙팡테리블이라 불리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일본 무대 실패 이후 계속된 방황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2007년 대전에서 옛 스승 김호 감독의 품에 들어가 제2의 축구 인생을 모색했지만 부상에 발목을 잡혀 지난 2월 은퇴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나스르로 이적한 이천수(28)도 끝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두 번의 해외 진출 실패와 두 번의 임의탈퇴. 소속팀과 마찰, 무단 이탈 등으로 선수 생활이 얼룩졌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통제 불능의 아이를 아동심리 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고쳐주는 TV 프로그램 제목이다.

이처럼 완전히 달라지는 스타들도 있다.

삼바 군단 공격수 아드리아누(27)가 그렇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제2의 호나우두'로 주목받았던 아드리아누는 무절제한 사생활과 과체중으로 거의 '선수가 아닌'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유럽 무대를 떠나 고향에 돌아간 뒤 플라멩고에서 지독하게 재활했고 최근 브라질 축구대표팀 둥가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로드맨의 후계자로 일컬어지던 론 아테스트(30)는 미국프로농구(NBA) 우승팀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러브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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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스트는 2004년 관중석에 난입해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휘둘러 73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던 악동이다.

가정폭력으로 수감 위기에도 처했던 아테스트는 스스로 모범생 변신을 선언한 뒤 달라졌고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쓰임새가 큰 포워드로 거듭났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