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또 음주 물의를 빚은 정수근(32)을 퇴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롯데 구단은 1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경찰에 접수된 음주, 행패 신고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정수근이 자숙할 시간에 음주를 한 자체가 선수 신분을 망각한 처사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여러 차례 명예회복할 기회를 줬지만 또다시 구설수에 휘말려 구단의 명예를 실추시킨 정수근과는 앞으로 함께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퇴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날 결정이 구단의 공식 입장을 최종 확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가 더 이상 소속 선수로 쓰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힘에 따라 지난 1995년 OB에서 데뷔해 15시즌을 보낸 정수근은 불명예스럽게 프로야구 무대를 떠나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조사를 마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경위서를 제출하고 방출하겠다"고 말했다.

야구 규약에는 공식적으로 퇴출이나 방출이라는 용어는 없다.

이에 따라 정수근의 퇴출 절차는 롯데가 KBO에 영구 실격 공시를 요청하고 KBO가 상벌위원회를 열어 영구 실격 처분을 내리는 방법을 택할 전망이다.

만약 KBO가 영구 실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롯데가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로 풀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KBO가 롯데의 영구 실격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롯데는 정수근의 퇴출 배경으로 ▲과거 수차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 ▲징계 해제를 요청한지 한달 남짓 지나 자숙해야 할 시기에 또 구설수에 오른 점 ▲소속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중요한 시점에 밤 늦은 시간까지 공개된 장소에서 음주를 한 사실 등을 문제삼았다.

8월31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접수된 음주, 행패 신고의 진상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이미 팬들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안겼다는 점에서 롯데가 이런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 구단은 이날 오전 정수근의 음주 물의 보도가 나온 직후 문제의 호프집 종업원 등을 대상으로 진상 파악을 벌인 뒤 오후내내 마라톤 회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롯데는 이어 "프로야구 관중 600만 시대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선수단 분위기를 쇄신하고 경각심을 고취하는 한편 선수단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수근은 8월31일 밤 11시께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모 호프집에서 술에 취해 웃통을 벗고 종업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긴급 출동했다가 상황이 진정됐다는 업주의 말을 듣고 철수했다.

정수근은 구단을 통해 "호프집에 간 것은 사실이지만 난동을 부리지 않았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정수근은 지난해 7월16일 만취 상태로 경비원과 경찰관을 잇달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고 다음날 무기한 실격 처분을 받았다가 지난 6월 징계 해제된 뒤 8월12일 393일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