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남일'을 찾기 전에 '부활하는 김남일'이 되고 싶습니다."

'진공청소기' 김남일(32.빗셀 고베)이 호주와 평가전(9월5일.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을 시발점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펄럭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졌다.

붉은색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31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남일의 눈언저리는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고 코 부위는 부어 있었다.

김남일은 지난 29일 우라와 레즈와 J-리그 정규리그 29라운드에서 후반 12분께 상대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다 백헤딩에 코 주변을 맞고 쓰러졌다.

곧바로 교체된 김남일은 이튿날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코뼈에 가는 금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호사다마였을까.

무려 1년여 만에 대표팀에 발탁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은 지 사흘 만에 코뼈 골절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만 것.
하지만 후배들과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내놓았던 태극마크를 다시 달게 된 김남일은 마지막이 될 기회를 놓칠 수 없었고, '타이거 마스크'로 불리는 안면 보호대까지 맞추는 열정을 발휘했다.

김남일은 "다시 대표팀에 뽑히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 것 같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면서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다"라며 "그런 과정에서 성숙했고 주변의 격려도 힘이 됐다"라고 대표팀 재발탁의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원점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대표팀에 뽑혔을 때 기분이 들 정도"라며 "절대 놓치기 싫은 기회다.

내 자리를 맡아온 조원희(위건)와 김정우(성남), 기성용(서울)이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긴장해야만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남일은 특히 "이번 소집훈련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던 능력의 120%를 해내야만 한다.

후배들이 잘하고 있어 부담스럽지만 코칭스태프가 '제2의 김남일'을 찾기 전에 내가 먼저 '부활하는 김남일'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설기현(풀럼)과 이동국(전북) 등 '올드보이'들이 대표팀에 합류한 것에 대해선 "모두 굉장히 보고 싶었다.

특히 이동국은 다른 선수보다 아끼는 동료여서 더 보고 싶었다"라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비롯해 옛 동료를 1년 만에 다시 만나 반갑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남일은 박지성이 대표팀 주장을 맡은 것에 대해 "예전에 내가 주장이었을 때 (박)지성이가 내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농담했었는데 진심이었던 것 같다"라며 "솔직히 다른 선수가 주장을 했으면 기분이 살짝 나빴겠지만 지성이가 바로 적임자여서 다행"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영종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