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다른 골퍼가 친 공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면 골프장이 100%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7부(부장판사 곽종훈)는 다른 홀에서 날아온 공에 맞아 왼쪽 눈을 거의 실명한 임모씨(46)가 A골프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골프장 측은 1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골프장 운영자는 6번 홀과 9번 홀 사이 거리가 150~200m 정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해 부근에 보호시설 및 안전경고판을 설치해 골프공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했어야 하고 캐디(경기보조원)도 골퍼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했어야 했지만 이를 게을리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임씨는 2004년 8월 경기도 A골프장 중코스 6번 홀 티박스 옆 카트 도로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이모씨가 같은 코스 9번 홀에서 친 공이 카트 도로에 튀면서 눈을 맞는 사고를 당했다. 임씨는 이 사고로 왼쪽 눈의 중심 시력을 100% 상실했다. 24%의 노동능력을 상실한 임씨와 가족들은 골프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홀과 홀 사이가 좁은 곳에서 자주 발생하는 '인접조' 사고에선 골프장 측의 책임을 무겁게 본다. 오비(OB)지역 설정 등 소극적인 방법이 아니라 그물망 설치 등 적극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앞조'나 '동반자'를 맞힌 사고에선 피해자도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 어렵다. 대부분은 피해자에게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책임을 묻는다. 서울고법은 최근 뒷팀이 친 공에 맞아 다친 J모씨가 골프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퍼팅을 마친 뒤 캐디가 종료 신호를 보내는 것을 보았다면 신속히 그린을 벗어나 안전지대로 가야 하는데 뒤늦게 이동하다 공을 맞은 만큼 부상자도 20%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초보 골퍼 앞에 서 있다 공에 맞아 다친 부상자에게 책임을 물은 사례도 있다. 서울고법은 골프 초보자인 친구와 함께 골프를 치다 눈에 공을 맞은 김모씨가 캐디를 고용한 골프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도 골프 초보자인 친구가 친 공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하고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며 "스스로 사고를 피하지 못한 원고 측에도 4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캐디'가 플레이어가 친 공에 맞았을 경우도 쌍방 과실로 보는 판결이 많다. 다만 캐디가 어디에 서 있었느냐에 따라 플레이어의 책임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공에 맞아 손가락이 부러진 캐디 Y씨가 골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골퍼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캐디가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레귤러 티잉그라운드보다 35m 앞에 있는 레이디 티잉그라운드 옆에 서 있었던 탓에 플레이어의 책임을 상대적으로 적게 봤다.

또 대법원은 캐디가 공 뒤쪽에 있다가 다쳐도 플레이어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난해 10월 판결했다. 재판부는 "플레이어가 아무도 예상 못한 방향으로 공을 쳐 피해자를 맞히는 등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가해자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골프 사고 소송을 맡고 있는 A변호사는 "골프장에선 예상 밖으로 대형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절대 골프공 앞쪽으로 가지 않는 등 플레이어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