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스타커플 안재형·자오즈민 외아들 안병훈군
US아마골프 '17세11개월' 역대 최연소로 우승 쾌거
국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안병훈(18)이 세계 아마추어골프대회 가운데 최고 권위를 지닌 제109회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안병훈은 '탁구 커플'로 유명한 안재형(44)-자오즈민(46)의 외아들인 데다 대회 최연소 챔피언이어서 더 관심을 끈다.

그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CC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벤 마틴(미국)에게 7홀차의 일방적 승리를 거두고 우승컵을 안았다. 1991년 9월17일생인 안병훈(17세11개월)은 지난해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19)가 우승하면서 세운 18세1개월의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바꿔썼다. 또 아시아 국적 선수로는 처음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고등학생인 안병훈은 내년 마스터스와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등 3개 메이저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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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은 4강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선수.7세 때 골프를 시작했지만,그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기 때문.이번 대회 우승은 골프 입문 이후 두 번째이고,지난주까지만 해도 세계 아마추어 랭킹 185위의 '무명'이었다.

그가 골프에 입문한 것은 아버지인 안재형 대한항공 전 탁구팀 감독의 권유 때문이었다. 스포츠 스타 커플은 아들이 자신들의 뒤를 이어 탁구선수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탁구는 국가대표에 뽑힌다 해도 불과 몇 년 지나면 선수생활을 마감해야 하지만 골프는 모든 스포츠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골프클럽을 쥐어줬는데,소질이 엿보였고 본인도 좋아했다.

부모는 2005년 말 아들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으로 보냈다. 골프 아카데미에서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도록 할 목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영어였다. 어머니 덕분에 중국어는 간단하게 구사할 수 있지만,영어는 큰 장벽이었다. 그는 우승 직후 "3년반 전 미국에 왔을 때 영어가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말문이 트여 유창하지만,미국생활 초기만 생각해도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고 한다.

186㎝ 96㎏의 건장한 체격인 그는 또 "양용은 선수가 US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한국인이나 아시아인 입장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드라이버샷 거리가 300야드를 넘나들어 '빅 벤(Ben,그의 미국명)'이란 별명을 지닌 그는 당초 이번 대회 예선통과(64강)를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양용은의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어서인지,본선에 들어와서도 승승장구했다. 특히 결승(36홀) 31번째홀에서는 경기를 끝낼 정도로 체력 · 정신력에서 세계적 선수가 될 재능을 보여주었다. 잭 니클로스,아널드 파머,필 미켈슨 등 내로라하는 골퍼들이 이 대회 챔피언 출신이며,타이거 우즈는 1994~1996년 이 대회를 3연패한 뒤 프로로 전향해 '골프 황제'로 군림하고 있다. 우즈가 첫 우승한 1994년 당시 나이는 18세였는데,안병훈은 우즈보다 7개월이나 어린 나이로 정상에 올라 세계골프계가 주목하고 있다.

안병훈은 이번 대회 캐디를 맡아준 아버지에 대해 "말을 많이 하시는 편이어서 가끔 '집중해야 되니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하기도 한다"며 "80타대 중반 실력인 아버지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휴대폰 관련사업을 하는 어머니에 대해서는 "올 1월 이후 못 뵈었는데 곧 플로리다로 오실 예정"이라며 가족 상봉을 고대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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