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이나 다름없는 히스 슬로컴(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첫 대회 바클레이스에서 '꼴찌의 반란'을 일으켰다.

슬로컴은 31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의 리버티내셔널 골프장(파71.7천400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슬로컴은 올해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 124위에 그쳐 125명까지 출전할 수 있는 이 대회에 가까스로 출전권을 얻어냈지만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이상 미국), 어니 엘스(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등 쟁쟁한 우승 후보들을 따돌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2005년 11월 서던 팜 뷰로 클래식에서 PGA 투어 이후 4년만에 거머쥔 개인 통산 세번째 투어 우승컵.
100명에게만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두번째 대회인 도이체방크 챔피언십 출전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였던 슬로컴은 상금 135만 달러와 함께 페덱스컵 포인트 2천500점을 보태 3위(2천855점)로 올라서며 남은 플레이오프 3개 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18번 홀(파4)에서 승부가 갈렸다.

슬로컴과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9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공동 선두에 오를 기회를 맞았다.

8언더파를 기록 중이던 우즈가 마지막 홀 두 번째 샷을 홀 2.1m에 바짝 붙였다.

이 정도 거리의 퍼트는 거의 어김없이 넣던 우즈였지만 이번엔 왼쪽으로 빗나가며 연장전으로 끌고 갈 기회를 놓쳤다.

나란히 9언더파 공동 선두로 18번 홀에 도착한 슬로컴과 스트리커의 희비 역시 이곳에서 갈렸다.

먼저 위기에 몰린 쪽은 슬로컴이었다.

슬로컴의 세 번째 샷이 홀과 6.5m 거리에 떨어진 반면 스트리커는 3.8m 정도에 붙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먼저 파 퍼트에 나선 슬로컴이 공을 홀에 넣고 난 뒤 양팔을 번쩍 치켜들며 기세를 올렸고 부담이 커진 스트리커는 보기에 그쳤다.

어니 엘스(남아공),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등 4명이 슬로컴에 1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랐다.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은 2언더파 282타로 공동 20위를 차지했고 나상욱(26.타이틀리스트)이 양용은에 1타 뒤진 공동 24위로 대회를 마쳤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7타 뒤져 있던 양용은은 3번 홀(파4) 보기, 5번홀(파4) 더블보기로 초반이 좋지 않았고 곧바로 6번 홀(파5)에서 이글로 만회하며 선두 추격에 발걸음을 재촉했으나 결국 이날 이븐파에 그쳐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앤서니 김(24.나이키골프)은 4오버파 288타로 필 미켈슨(미국) 등과 함께 공동 52위, 위창수(37.테일러메이드)는 7오버파 291타로 공동 67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컷 통과에 실패한 최경주(39.나이키골프)는 9월4일부터 열리는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100명이 나가는 이 대회에 최경주는 492점에 그쳐 101위로 밀리면서 플레이오프 두 번째 대회 출전권 확보에 실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