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플레이오프 개막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아시아 남자 최초로 메이저골프대회를 제패한 감동이 채 식지 않았지만 대결은 계속된다.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27일(이하 한국시간) 저녁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 리버티 내셔널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시리즈 중 첫번째 대회 바클레이스에 출전, 다시 우즈와 맞붙는다.

올해 1월 메르세데스-벤츠챔피언십부터 지난 24일 끝난 윈덤챔피언십까지 매 대회 성적에 따라 점수를 매겨 상위 125명만이 출전하는 바클레이스는 플레이오프 우승을 향한 첫번째 관문이기도하지만 골프팬들의 관심은 온통 양용은과 우즈의 재대결에 모아지고 있다.

양용은이 2주전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누구도 꺾지 못할 것 같았던 우즈에 역전승을 거둬 최대의 이변을 일으켰지만 올 시즌 그의 기록들을 보면 결코 깜짝 우승이 아니다.

양용은은 이미 지난 3월 혼다클래식에서 우승한 이후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5개 대회에서 2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고 이 중 PGA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세차례나 진입했다.

25일 대회가 열리는 저지시티에 도착한 양용은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까지 바라지 않는다.

지금 페덱스컵 랭킹이 7위이기 때문에 톱10을 유지한 뒤 마지막 대회(투어 챔피언십)에서 승부를 내겠다"며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

◇바쁜 일정 보낸 양용은, 샷 감각 회복이 급선무= 양용은은 지난 해부터 훅그립을 스퀘어 그립으로 바꾼 뒤 아이언샷과 웨지샷의 정확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양용은의 그린 적중률은 67.6%로 PGA 투어 선수 중 31위에 올라있지만 좀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150야드 이내에서 치는 아이언샷이나 웨지샷의 정확도는 더 뛰어나다.

125∼150야드 거리에서 그린 적중률은 78.3%로 2위에 올라있고 50∼75야드에서 치는 어프로치샷은 홀 3m 안팎에 떨어져 버디 기회를 만든다.

또한 러프에서 샷을 하더라도 홀 가까이에 붙이는 위기 관리 능력도 정상급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러프에서 롱 아이언보다는 하이브리드 클럽을 적절하게 사용하게 된 덕이다.

하지만 양용은은 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각종 인터뷰와 행사에 참석하느라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메이저대회 챔피언으로서 유명세를 치른 양용은은 연습 라운드에서 샷 감각을 회복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았다.

◇절치부심 우즈, 명예회복 노린다= 양용은에게 패하면서 PGA챔피언십 우승컵을 넘겨 준 우즈는 미국 폭스 TV에 출연해 "마지막 라운드가 끝난 날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메이저대회 우승컵 없이 보내게 된 우즈는 윈덤챔피언십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25일 절친한 친구 노타 비게이 3세가 주최한 자선 스킨스 게임에 참가해 기분을 풀었다.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 마이크 위어(캐나다) 등도 참가한 이 대회에서 우즈는 23만달러의 스킨을 따내며 우승했다.

우즈가 큰 대회를 앞두고 자선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우즈가 스킨스게임에 참가한 것은 2005년 이후 4년만이다.

2007년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한 우즈가 2년만에 정상에 복귀해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즈는 2007년 플레이오프에서 포인트 순위에서 월등하게 앞서나가자 첫 대회인 바클레이스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첫 대회부터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PGA 투어 플레이오프= 바클레이스대회를 시작으로 도이체방크 챔피언십, BMW챔피언십, 투어챔피언십이 잇따라 열리는 플레이오프 시리즈는 메이저대회가 모두 끝난 뒤에도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 2007년부터 마련된 대회다.

포인트 상위 125명이 바클레이스에 출전하며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는 100명, BMW챔피언십에서는 70명으로 출전 선수를 줄여나간 뒤 마지막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30명만이 나갈 수 있다.

올해는 각 대회 우승 포인트를 2천500점으로 높여 마지막 대회까지 우승자를 점칠 수 없도록 만들었다.

4개 대회에 걸린 포인트를 가장 많이 획득한 선수에게는 우승컵인 페덱스컵과 함께 보너스 상금 1천만달러를 준다.

한국계 및 한국 선수는 양용은을 포함해 나상욱(26.타이틀리스트), 앤서니 김(24.나이키골프), 위창수(37.테일러메이드), 최경주(29.나이키골프)가 출전한다.

◇양용은도 보고, 우즈도 보자= 바클레이스 대회가 열리는 리버티 내셔널 골프장은 미국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뉴욕시 맨해튼 인근에 위치해 있다.

PGA 투어를 처음 개최하는 리버티 내셔널 골프장은 허드슨 강과의 거리는 1.6㎞, 18번홀 그린에서 자유의 여신상까지 거리는 1㎞에 불과해 맨해튼과 매우 가깝다.

무엇보다 뉴욕은 미국에서 로스앤젤레스 다음으로 많은 교민이 살고 있어 양용은에게 열띤 응원을 보내줄 전망이다.

뉴욕한인회는 24일 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양용은과 우즈가 맞붙었을 때 제주도골프협회와 전화를 통해 경기 상황을 알려주며 우승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