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에 이은 신개념 불교체험 프로그램

불교에서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마음으로 뭇 중생의 애환을 보살핀다는 관세음보살(관음보살).
석가모니 부처의 현신인 관음보살은 천개의 눈으로 사바세계 인간들을 연민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영험이 있다고 믿어져 예부터 관음신앙은 대승불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33가지 모습으로 변신한다고도 하는 관음보살은 특히 수월(水月)관음보살의 모습으로 여러 불상이나 그림에서도 나타난다.

'물에 비친 달' 같은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게 하고 구제한다는 상징성 때문에 바다를 낀 사찰에서 관음보살상이나 관음전을 둔 곳이 특히 많다.

한국에서 이런 관음사찰 33곳이 순례코스로 탄생한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하 사업단)이 '33관음성지 순례사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한국관광공사와 지난달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관음성지 33곳은 '4대 관음사찰'로 불려온 강화도 보문사ㆍ양양 낙산사ㆍ여수 향일암ㆍ남해 보리암을 비롯해 조계사ㆍ용주사ㆍ수덕사ㆍ마곡사ㆍ법주사ㆍ금산사ㆍ내소사ㆍ선운사ㆍ백양사ㆍ대흥사ㆍ송광사ㆍ화엄사ㆍ쌍계사ㆍ동화사ㆍ은해사ㆍ해인사ㆍ직지사ㆍ고운사ㆍ기림사ㆍ불국사ㆍ통도사ㆍ범어사ㆍ신흥사ㆍ월정사ㆍ법흥사ㆍ구룡사ㆍ신륵사ㆍ봉은사ㆍ도선사가 선정됐다.

사업단은 이 사찰들을 서남권, 남부권, 동남권, 동북권의 4개 코스로 묶어 3박4일 또는 4박5일간 5-10개 사찰을 둘러볼 수 있게 하는 순례 상품을 개발했다.

사업단은 국내 관음성지 사찰 33곳의 포교담당 스님들과 함께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일정으로 첫 실무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관음성지 사찰 중 한국과 가까운 후쿠오카 주변의 규슈(九州) 서국(西國) 33관음성지, 주고쿠(中國) 33관음성지, 시코쿠(四國) 88관음성지 사찰을 돌아보고 배우는 일정이다.

한국에서는 전국의 사찰을 도는 순례는 일반화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1천여년 전부터 관음성지를 도는 불자들의 순례가 이어져 왔다.

일본에서는 지역별로 80가지가 넘는 33관음성지 순례코스가 등장해 연간 700만-800만명이 관음성지를 돌아보며 세상살이의 시름을 덜고, 마음을 닦는다.

사업단은 일차적으로는 성지순례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일본 불교계ㆍ관광업계와 협력해 일본의 성지순례객들을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홍보활동에 들어가며, 국내에서도 순례코스상품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벌일 예정이다.

사업단이 지난해부터 1년간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시범사업을 한 결과, 2008년 한해는 일본인 6천650명이 한국을 찾았고, 올해는 5월 현재까지 5천225명이 내한했다.

연수단을 이끌고 일본을 찾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진경(眞鏡)스님은 "템플스테이 사업에 이어 한국 불교 포교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일 불교교류의 효과와 함께 일본 관광객 유치를 통한 관광수지 개선에도 기여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일본 규슈서국 33관음성지 제29번 사찰인 센뇨지다이히오우인(千如寺大悲王院)과 센뇨지 본전에 모셔진 높이 4.6m의 천수관음보살상>


(후쿠오카ㆍ히로시마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