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2009-2010 시즌 초반 험난한 주전 경쟁의 파도에 휩쓸렸다.

박지성은 22일(한국시간) 밤 영국 위건 DW스타디움에서 열린 위건과 2009-2010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선발 출전하지 못한 것은 물론 교체 선수를 포함한 출전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팀이 치른 3경기에서 벌써 두 번째 있는 일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좌우 측면 날개에 20일 번리와 경기에 가동했던 박지성-안데르손 조합 대신 루이스 나니-안토니오 발렌시아 듀오를 내세웠다.

맨유는 오랜만에 화끈한 득점포를 가동하며 5-0 대승을 거뒀다.

`나니-발렌시아' 듀오는 지난 시즌 2부리그 챔피언십에서 승격한 번리에 41년 만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직후 내세운 조합이라는 점에서 퍼거슨 감독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처음 나선 번리와 경기에서 박지성은 여러 차례 기회를 놓치면서 혹평을 받았다.

스카이스포츠는 '실책 연발'이라며 10점 만점에 평점 5점만 줬고,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도 '초반에 특히 부진했고 이렇다 할 영향력도 없었다'며 5점을 주는데 그쳤다.

퍼거슨 감독은 번리와 경기 패배 직후 "실망스럽다"라며 "우리에게 온 기회들을 고려한다면 이겼어야 했다"라며 선수들의 골 결정력 부족에 불편한 심경을 표출했다.

이 때문에 이날 `나니-발렌시아' 조합은 시즌 초 2경기에서 1승1패로 10위까지 처졌던 맨유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를로스 테베스가 이적하면서 떨어진 득점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세운 필승 카드로 볼 수 있다.

16일 버밍엄과 시즌 개막전에서는 나니-발렌시아 카드로 1-0 승리를 챙긴 반면 번리와 경기는 `박지성-안데르손' 조합이 나섰지만 답답한 경기 끝에 0-1로 패한 만큼, 퍼거슨 감독이 어떤 조합에 더 점수를 줬느냐가 드러났다.

실제 지난 시즌 박지성에 밀려 출장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던 나니는 개막전에서 웨인 루니의 결승골을 어시스트 한데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후반 인저리 타임 때 기막힌 오른발 프리킥으로 팀의 다섯 번째 마무리골을 넣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시즌까지 위건에서 뛴 발렌시아는 후반 11분 멋진 측면 크로스로 루니의 헤딩골을 도와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팀의 첫 골이라 어시스트의 영양가도 컸다.

나니와 발렌시아 모두 퍼거슨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셈이다.

호날두와 테베스 없이 사상 첫 정규리그 4연패 목표에 도전하는 퍼거슨 감독으로서는 현재까지 공격력에서 박지성보다 나은 모습을 보인 나니나 발렌시아를 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소 성급하기는 하지만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당당히 주전으로 올라선 박지성은 `호날두-테베스'의 공백이라는 새 변수가 생긴 올 시즌 또다시 피 말리는 주전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