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계신 어머니가 제 골에 힘을 얻어 하루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으면 좋겠어요"
여자 프로축구 대교 캥거루스의 스트라이커 이장미(24)의 절실한 바람이다.

이장미는 지난 17일 오후 여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교눈높이 여자축구 WK리그 2009' 11라운드 현대제철과 올 시즌 3차전에서 후반 4분 결승 헤딩골을 터뜨리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장미는 이로써 득점 공동선두(5골)에 올랐다.

도움도 4개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공을 몰고 질주한 뒤 강력한 슈팅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장미에게서는 왠만한 남자선수 못지 않은 강인함도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이장미도 어머니 얘기만 나오면 목이 메고 눈물이 글썽해진다.

그는 17일 경기에서 수훈선수로 뽑힌 뒤 인터뷰에서 목멘 소리로 "그동안 많이 힘들고 아파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엄마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라면서 "병상에 계신 엄마를 위해 꼭 골을 넣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찍이 한국 여자축구의 기둥으로 촉망받아왔다.

158㎝, 56㎏의 작은 체구임에도 고교 2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2004년 11월 태국에서 열린 제2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축구 사상 처음으로 세계대회 올스타에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3월 무릎을 다치면서 악몽이 닥쳤다.

2007년 말까지 무려 4차례나 수술대에 오르고 이후 고통스러운 재활을 반복하면서 짜증은 커져만 갔고 운동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어머니 김인업 씨가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김씨는 "기왕 시작한 운동이니 포기하지 마라. 너는 할 수 있다"라며 독려했다.

김씨는 지난 6월15일 여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시청과 경기에서 이장미가 1득점 1골을 기록할 당시에도 경기장을 찾아 딸의 `부활'을 보며 흐뭇해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약 3주전 뇌에 피가 차면서 갑작스럽게 쓰러져 뇌수술을 받았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오는 23일 수술이 한 차례 더 남아있어 22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대회 예선전에 참가하는 이장미의 마음은 편치 않다.

그러나 이장미는 19일 어머니와 나눈 통화로 힘을 얻었다.

김씨는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대만에 가서 잘 하고 오라"라며 딸을 안심시켰다.

대표팀 주장인 이장미도 이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는 것만이 엄마가 쾌유할 수 있는 최고의 치료약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장미는 20일 밤 대만으로 출국한다.

목표를 묻자 한팀에서 뛰었던 박희영과 차연희처럼 외국으로 진출하고 싶다고 언급한 이장미는 "그러나 그에 앞서 국내 팬들에게 이장미란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싶다.

득점과 도움 부문에서 꼭 1위를 차지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