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복 매출은 후원 선수의 성적이 좌우한다(?)'

프랑스 골프복 브랜드 '르꼬끄골프'를 수입하는 ㈜데상트코리아가 국내 골프복 업계에서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PGA챔피언십에서 극적으로 우승한 양용은 선수의 골프복 후원 브랜드이기 때문.

르꼬끄의 닭 모양 로고가 경기 내내 전 세계 TV에 노출돼 세계적으로 2000억원 이상 홍보효과를 누린 것으로 데상트 측은 추정하고 있다. PGA 4대 메이저 대회의 하나인 데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상대로 막판 역전 우승을 연출한 덕이다.

골프복 브랜드들로선 후원하는 선수의 우승만큼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은 없다.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는 것은 물론 매출 증대로 직결되기 때문.르꼬끄골프는 우승이 확정되자 마자 양용은이 입었던 골프셔츠에 대해 20%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특히 양용은이 착용한 르꼬끄 로고 벨트는 이미 동이 났을 정도다.

A골프복 업체 관계자는 "한국 여자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우승이 종종 있었지만 남자선수는 처음이라 골프복도 더욱 폭발적인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며 부러워했다. 벌써부터 양용은을 후원 선수로 포섭하기 위해 브랜드들 간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데상트 측은 양용은의 후원 계약금이나 포상금 규모에 대해 일절 비밀에 부치고 경계하고 있다.

앞서 지은희 선수가 지난달 LPGA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후원사인 휠라코리아도 '지은희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한 달가량 지난 지금까지 비수기임에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신장했다는 게 휠라 측의 설명이다.

골프는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지명도 있는 선수를 후원하더라도 우승을 장담할 수는 없다. B업체 관계자는 "유명 선수라면 수억원대의 후원 계약을 맺지만 신인선수들이 먼저 의류 후원을 요청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성적과 장래성을 감안해 계약을 맺고 의류를 지원하지만 우승 효과는 그냥 '운'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여자 골프선수들은 대회 성적보다는 옷맵시로 후원 선수를 선정한다는 게 골프복 업계의 불문율이다. 선수가 필드 위에서 얼마나 멋지게 골프복을 소화하는지에 따라 여성 고객의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옷맵시를 자랑하는 선수로는 김하늘과 서희경을 꼽는다.

'미소천사'로 불리는 김하늘은 FnC코오롱의 '엘로드'가 후원하고 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김하늘이 시즌 코디북에서 직접 골라 입는데,미니스커트형 큐롯바지와 '김하늘 모자'로 불리는 주름썬캡은 엘로드 매장의 대표적인 인기상품이다. 아쿠아스큐텀골프도 지난해 서희경 선수를 후원(현재는 '핑')하면서 '서희경 라인'을 출시,관련 제품 매출이 40% 이상 신장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