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골프대회 정상에 오른 '바람의 아들'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의 고향 제주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전해진 낭보에 환호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늦은 나이에 골프에 입문한 양 선수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제주도골프협회 김영찬 전무는 "우리나라 TV중계가 현지보다 5분 정도 느려 뉴욕한인회와 전화 통화를 하며 새벽부터 경기를 지켜봤다"며 "제주의 자랑일 뿐 아니라 한국 골프계에 한 획을 긋는 경사 중의 경사"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전무는 "다른 선수들도 힘든 과정을 겪었겠지만 양 선수는 도중에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운동을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등 7전8기의 대표적 사례"라며 "남들보다 10배, 100배 피나는 노력과 특유의 정신력. 집중력으로 마침내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집념의 사나이"라고 소개했다.

김 전무는 "오라골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독학으로 골프를 배울 당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연습을 끝내고 간 이후에도 혼자 라이트 하나를 끌어다 밤 늦게까지 연습하고, 다음날 새벽에도 또 연습을 하고,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연습벌레, '연습광'이었다"며 "연습할 때는 고개를 한 번도 옆으로 돌리는 법이 없어 남들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하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양 선수의 모교인 제주고등학교(구 제주관광산업고)도 아침부터 학교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챔프의 모교'로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제주고 서종필 교장은 "양 선수는 올해 초 혼다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학교발전기금으로 써달라며 2천만원을 맡기는 등 2006년부터 해마다 모교에 운동부와 체육 발전기금, 골프채 등을 전달하며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후배 사랑을 보여왔다"며 "훌륭한 선배를 둔 덕에 재학생들이 큰 힘을 얻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등학교 시절 양 선수에게 체육을 가르쳤던 김문규 현 한국뷰티고 교사는 "양 선수는 아버지를 닮아 체격이 크고 다른 사람보다 뼈가 굵어 힘이 좋은 편이었다"며 "학창 시절 배려심이 많아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고, 저번 혼다클래식에서 우승하자마자 '고맙다'고 전화가 올 정도로 성품이 착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또 "고등학교 때 보디빌딩을 열심히 하긴 했지만 전국대회에 나가고 그런 수준은 아니었다"며 "골퍼의 길로 들어서길 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용은은 1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파72.7천67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제주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sunny1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