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즈와 맞대결할 것으로 기대해왔는데 뜻밖에도 그날이 일찍 왔다. 긴장은 되겠지만 스포츠는 결과를 속단할 수 없지 않은가. 오버파를 치지 않도록 하면서 기회를 노린다면 나도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양용은(37 · 테일러메이드 · 사진)이 난생 처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4 · 미국)와 맞대결을 펼친다. 그것도 메이저대회인 US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다. 많은 전문가들은 첫날부터 선두를 유지해 온 우즈가 통산 15번째 메이저타이틀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외신은 "주최 측은 이미 트로피의 2009년 챔피언 자리에 '타이거 우즈'를 새길 준비를 마쳤다"고까지 전했다.

우즈는 16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해즐타인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1타밖에 줄이지 못했으나 중간 합계 8언더파 208타로 양용은과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게 2타 앞선 단독 1위를 고수했다.

우즈는 메이저대회에서 54홀 선두일 경우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일반 대회를 포함할 경우 54홀까지 리드를 한 50경기 중 47경기에서 우승했다. 그의 '빨간색 카리스마'가 다른 선수들에게 얼마나 위협적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즈는 최근 뷰익오픈 ·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에서 연속 우승해 상승세까지 타고 있다.

메이저대회 14승을 포함해 미PGA투어에서 70승을 거둔 우즈에 비하면 양용은은 보잘 것 없다. 투어 2년차로 지난 3월 혼다클래식에서 단 1승을 올렸을 뿐이다. 그 자신도 "우즈는 70차례 우승했지만 나는 한 번밖에 못해 70 대 1의 확률"이라고 말할 정도.더욱이 양용은은 메이저대회 챔피언조로 플레이한 적이 없다. 빨간색 공포 외에도 수많은 갤러리로 인해 발생하는 산만함,세계적 미디어들의 집중적 관심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보여줬다. 전문가들이 양용은보다 해링턴을 우즈의 경쟁상대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양용은에게도 실낱 같은 희망은 있다. 3년 전 중국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우즈,해링턴,레티프 구센 등을 제치고 우승한 것은 그에게 소중한 경험이다. 당시 양용은은 우즈와 함께 플레이할 기회가 없었지만,우즈에게 2타 앞서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또 최종일 폭풍우가 온다는 예보가 있다. 제주 출신 양용은은 비 · 바람에 강하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던 2라운드에서 우즈와 같은 70타를 쳤는데,두 선수보다 좋은 스코어를 낸 사람은 단 세 명이었다. 양용은은 3라운드에서는 이번 대회 최소타 타이인 5언더파(버디6 보기1) 67타를 기록했는데,우즈조차도 "이런 날씨,이런 코스에서 5타를 줄이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칭찬했다.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을 노리는 양용은은 17일 새벽 3시45분 우즈 앞에서 첫 샷을 날린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