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탱크'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커뮤니티실드 무대를 처음 밟아 첼시와 맞대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으나 맨유는 3연패 시도가 좌절됐다.

박지성은 9일 밤(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2009 커뮤니티실드 경기에 선발 출장해 후반 30분 라이언 긱스로 교체될 때까지 75분을 뛰면서 공격의 고리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맨유는 루이스 나니의 선제골에도 연속 두 골을 허용하고 후반 추가시간에 웨인 루니가 극적인 동점골을 떠뜨린 뒤 `신의 룰렛 게임'이라는 승부차기에 들어갔지만 1-4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커뮤니티실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정규리그 우승팀 맨유는 3연패가 좌절됐다.

반면 지난 2007년 승부차기 접전 끝에 맨유에 우승을 내줬던 FA컵 챔피언 첼시는 2005년 우승 이후 4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박지성은 나니와 좌우 날개로 선발 출격했고 루니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투톱으로 공격 쌍두마차로 나섰다.

지난 2005년 맨유 합류한 박지성의 첫 커뮤니티실드 출격.
초반 기선은 맨유가 잡았다.

맨유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첼시 이바노비치의 슛을 파트리스 에브라가 헤딩으로 걷어내 실점 위기를 넘겼다.

맨유 선제골의 주인공은 왼쪽 측면을 활발하게 움직이던 나니였다.

나니는 전반 10분 후방에서 공이 올라오자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수비수를 따돌리고 중앙으로 파고들며 강하게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첼시 골키퍼 페테르 체흐가 몸을 날려 봤지만 빨랫줄같은 궤적을 그린 공은 반대편 골망을 흔들었다.

박지성의 움직임도 돋보였다.

오른쪽 날개를 맡았음에도 중앙까지 넘나들며 공간을 만들던 박지성은 전반 16분 베르바토프가 크로스한 공을 루니가 헤딩으로 떨어뜨려 주자 골지역으로 달려들며 왼발 발리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체흐의 선방에 걸렸다.

1분 뒤에는 베르바도프와 그림 같은 2대 1 패스도 선보였다.

첼시 진영 왼쪽 중원에서 베르바토프가 내준 공을 잡지 않고 바로 앞으로 패스해줘 베르바토프가 첼시 골키퍼 체흐와 1대 1로 마주하는 찬스를 만들어냈다.

베르바토프의 슈팅이 첼시 골키퍼 손에 맞고 튀어나오자 번개같이 뛰어들며 자신이 직접 슈팅을 시도했지만 수비 몸에 먼저 맞으면서 골키퍼 손에 걸리고 말았다.

박지성은 전반 27분에는 첼시 골키퍼가 쳐낸 슈팅을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잡아놓고 마음 놓고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벗어나고 말았다.

거센 반격에 나선 첼시는 카르발류의 동점골에 이어 프랭크 램퍼드의 역전골에 힘입어 2-1로 전세를 뒤집었다.

박지성은 후반에는 전체적으로 경기가 첼시에 이끌려가면서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30분에 총 75분을 뛰고 나서 긱스로 교체됐다.

퍼거슨 감독은 마이클 오언과 폴 스콜스를 교체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1-2로 끌려가 패색이 짙어 보이던 맨유는 후반 추가 시간에 긱스가 찔러준 공을 루니가 달려들며 대포알 같은 슈팅을 날려 2-2를 만들어 승부차기로 몰고 갔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맨유의 편이 아니었다.

2007년과 지난해 승부차기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맨유 우승의 주역이 됐던 `거미손' 골키퍼 에드윈 판데르사르가 손가락 부상 탓에 8주 진단을 받은 반면 첼시는 최고의 수문장으로 꼽히는 페테르 체흐가 버티고 있었다.

첼시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램퍼드가 먼저 골을 넣었지만 긱스가 찬 공은 체흐의 손에 걸렸다.

첼시는 발락과 디디에 드로그바, 살로몬 칼루가 잇따라 성공한 반면 맨유는 마이클 캐릭에 이은 세 번째 키커 에브라가 살짝 찬 공이 또 한 번 걸리면서 결국 1-4로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맨유는 벤 포스터가 골키퍼 장갑을 꼈지만 철벽 수문장 판데르사르의 공백이 아쉬웠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