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타자들 왜 이러지. 홈런 레이스에라도 참가했나 보네"

조범현 KIA 타이거즈 감독이 6일 LG와 잠실경기에 앞서 타격 훈련을 지켜보다가 한 말이다.

전날 홈런 5개를 몰아치며 5년 만에 세자릿수 홈런을 때린 KIA 타자들은 이날은 경기 전부터 아치를 펑펑 그려댔다.

최희섭은 오른쪽 관중석 상단 높은 곳에 타구를 꽂아 관중에게서 큰 박수를 받았다.

김상현도 이에 질세라 펜스를 넘겨댔다.

조 감독은 "(이)용규마저 홈런을 쳤다"며 "우리 팀 선수들이 잠실만 오면 유독 잘한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내 기억이 정확할지 모르겠는데 올해 우리 팀의 잠실구장 팀 타율이 3할을 넘긴 것 같다"며 "한번 확인해보라"고 웃었다.

이어 "타자들이 쳤다하면 펜스를 넘겨 버리니 내가 지켜보지 않는 편이 낫겠다"며 일찌감치 더그아웃을 떠났다.

타격감이 살아난 타자들이 행여나 경기에서 오버페이스할까봐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듯한 말투였다.

실제로 KIA는 올해 잠실구장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5일까지 팀 타율은 0.263으로 8개 구단에서 꼴찌지만 잠실구장 13경기에서만큼은 타율 0.306을 때리며 폭발했다.

타선이 터지니 자연스레 승률도 높아졌다.

13경기에서 LG와 6연승을 포함해 9승4패를 기록했다.

시즌 전적에서 4승8패로 절대 열세인 두산과도 잠실에서는 2승3패로 크게 밀리지 않았다.

조 감독은 "타자들에게는 '구장 징크스'라는 게 있다"며 "이상하게 공이 잘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우리 팀에는 잠실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KIA는 6일 경기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몰아갔다.

1회 초부터 김상현이 2점 홈런을 날리며 3점을 뽑았다.

기선을 제압한 KIA는 4회까지 매회 점수를 뽑았고 홈런 3방을 터트리며 일방적으로 LG를 몰아붙였다.

KIA는 이번 3연전에서만 홈런 10개를 때리고 32점을 쓸어담았다.

이로써 KIA는 LG와 잠실구장 경기에서 7연승을 내달렸다.

잠실구장에 타이거즈령(領) 깃발을 확실하게 꽂은 셈이다.

KIA쪽 내외야는 물론 LG쪽 외야까지 가득 메운 KIA팬은 노란 막대 풍선을 두드리며 선수들의 선전에 화답했다.

KIA와 LG의 이번 3연전은 평일임에도 밀려든 KIA팬 덕분에 총 7만4천764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