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3.요미우리 자이언츠)은 지난해 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100일 넘게 '2군밥'을 먹었다.

작년 4월14일 2군으로 내려가 7월 중순에야 1군에 올라올 수 있었다.

지난해 시범경기부터 나빴던 이승엽은 2군에서 바닥을 경험하고 달라졌다.

8월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결승에서 잇따라 결승 2점 홈런을 날려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이어 팀에 복귀한 이승엽은 9월16일 요코하마와 경기에서 일본 진출 5년 만에 처음 3연타석 홈런을 때리며 페이스를 되살렸다.

한신과 센트럴리그 우승을 놓고 겨룬 중요한 경기에서도 쐐기 3점포(9월21일), 결승 2점포(9월27일)를 잇따라 터트렸다.

세이부와 일본시리즈에서는 부진했지만 작년 정규시즌 막판에는 잠시 호쾌한 장타를 과시했다.

이승엽은 올해도 2군에 다녀왔다.

전반기 막판인 지난 13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 28일부터 시작된 후반기부터 1군 경기에 합류했다.

복귀 후 첫 날 결장한 이승엽은 29일부터 선발로 나왔다.

1루수 겸 6번 타자로 1회말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20타수 연속 무안타 행진을 끊는 의미있는 안타였다.

이승엽은 지난 4일 주니치와 경기 홈런 이후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다.

이승엽이 오랜만에 안타를 치자 일본 언론도 주목했다.

스포츠신문 '스포츠호치'는 "야성미 넘치는 남자가 부활했다.

2006년 요미우리의 4번 타자로 41홈런을 때릴 때 집중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승엽도 "경기 상황이나 주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신경쓰지 않았다.

타석에서 내 스윙을 하는데만 집중했다"며 "안타가 나와서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승엽이 2군에 머물며 하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승엽이 하체를 집중적으로 단련한 끝에 타격 때 상체가 일찍 열리는 단점을 고칠 수 있었다는 것.
일본 언론이 안타 하나에 이처럼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승엽의 팀 내 비중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리그 2위 주니치에 2.5경기 차로 쫓기는 요미우리는 거포가 필요하다.

이승엽은 올시즌 타율 0.235에 16홈런을 날리는데 그치고 있지만 '스포츠호치'와 인터뷰에서는 "나는 어느 상황에서든 풀스윙을 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승엽이 2군 경험을 보약삼아 하반기에 도약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