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아픔을 줄 테니 다음에는 좋은 기록을 내라는 뜻인 것 같아요."

박태환(20.단국대)이 로마의 충격을 딛고 다시 일어선다.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예선에서 탈락), 자유형 200m(준결승에서 탈락)에서 개인 최고 기록에도 훨씬 못 미치는 실망스런 성적을 낸 박태환은 오는 8월1일(이하 한국시간)에 마지막 종목인 자유형 1,500m에 출전한다.

박태환은 29일 오전 이탈리아 로마의 포로 이탈리코 콤플렉스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을 관중석에서 동료와 지켜봤다.

자유형 200m는 2007년 멜버른 세계대회에서 동메달,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종목이다.

하지만 그는 전날 대회 준결승에서 16명 중 13위에 그치며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결승 경기 후 팀 숙소에서 만난 박태환은 여전히 힘들어했지만 조금은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다.

아직 자유형 1,500m 경기가 남아 있어 한없이 막막해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파울 비더만(독일)이 자유형 400m에 이어 이날 자유형 200m에서도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니 새로운 자극이 됐다고 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비더만에게 진 것을 두고는 "펠프스의 몸이 안 좋은 것을 알았다.

올림픽에서 큰 꿈을 이뤄 이번에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몸이 물에 자꾸 잠기더라"며 동병상련의 심정을 드러냈다.

박태환은 앞선 두 종목에서 실패에 대해 "다음에 좀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이번에는 아픔을 줄 테니 다음에 좋은 기록을 내라는 뜻인 것 같다"면서 "아직 자유형 1,500m가 남았다.

안 좋은 생각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내 뜻대로 안 되니까 터치패드를 찍고 나서 짜증이 났다.

페이스 자체도 내 생각대로 안됐고 엇박자로 나가 신경이 곤두섰는데 그것을 잘 컨트롤하지 못했다"며 차분히 앞선 경기의 패인을 분석했다.

그는 "더 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미리보기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더 성장하기 위한 좋은 경험이었다고 위안을 삼았다.

'자유형 1,500m 경기를 포기할 생각도 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라고 하자 그는 "기권할 것이면 여기에 있을 리가 없다.

포기나 기권, 이런 것은 단 1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기록이 잘 나오건, 나오지 않건 다시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라이벌 장린(중국)과 1,500m 예선에서부터 맞붙게 된 데 대해서는 "솔직히 조금 부담은 된다.

장린은 내 최고 기록 때보다도 10초 정도나 빠르다"면서 "400m 실패 후 200m에서도 만회를 하지 못했으니 예선부터 열심히 뛸 것이다"라고 말했다.

(로마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