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이 2009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주 종목인 400m에 이어 200m에서도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부진 원인을 둘러싼 이해당사 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압박감이 심했다 △전략 부재다 △모럴해저드가 진행됐다는 등 '네탓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베이징올림픽에서 욱일승천했던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1년 만에 '급전직하'의 성적이 나온 것일까.


◆"중압감으로 악몽에 시달렸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온 국민의 관심을 받은 박태환이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SK텔레콤 스포츠단에서 박태환을 담당하고 있는 권세정 매니저는 "태환이가 대회 3주 전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메달을 따지 못하면 사람들이 자신에게 욕할 것이라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뱀이 몸을 조이는 꿈을 꿨다"고 말했을 정도로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때 자신을 도왔던 기 치료사를 로마로 부를 정도였다.


◆장거리 도전은 패착?

박태환은 작년 말 "단거리와 장거리를 병행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진했던 1500m에 집중하겠다는 각오였다. 실제로 그는 지난 2월 미국 전지훈련에서 장거리를 위해 지구력 강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단거리와 장거리는 영법,사용근육,에너지생성 시스템,유무산소운동비율 등 수영 방법이 다르다. 역대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단거리(200m),중거리(400m),장거리(1500m) 모두 금메달을 딴 선수는 없다. 박태환이 장거리,단거리를 모두 석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을 때부터 '무모하다'는 의견은 제기됐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송홍선 박사는 "단거리,장거리를 모두 잘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아시아권에서는 모두 정상에 오를 수 있겠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신체 조건상 힘들다"고 분석했다.


◆일관성 없는 선수 관리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과 전담팀의 이원화된 훈련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어느 한쪽에서도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가 결국 지금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박태환은 2008베이징올림픽 이후 국가대표 소집 때는 태릉선수촌에 들어가는 등 대표팀 훈련에 참여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SK텔레콤 전담팀과 함께 미국 전지훈련을 하는 식의 '두 집 살림'을 했다.

수영계 관계자는 "그동안 박태환은 전담팀 혹은 대표팀 중 한 곳에서 훈련을 집중할 때 좋은 성적을 냈다"며 "아무래도 전체 훈련을 조율하는 '헤드'가 없으면 몸을 제대로 만들기 힘들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박태환은 200m 결승행 좌절 이후 "전담 코치가 없어 힘들었다"며 "파벌이 너무 많아 수영 지도자를 정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스포츠단의 관계자는 "9월까지 새 전담코치를 정할것"이라고 말했다.


◆모럴 해저드?

19세의 나이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후 목표의식과 근성이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대회에 그는 대표단보다 이틀 먼저 현지로 떠났고 이는 시차 적응을 위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는 현지에서 그와 계약한 외국계의류업체 C사와 패션지 N사와 함께 화보를 찍었다.

이에 대해 화보 촬영 관계자는 "박태환이 직접 촬영에 나선 것이 아니라 잡지에 연재되는 화보성 기사를 위해 박태환이 호텔에 머물 때 지장을 주지 않은 범위에서 파파라치 식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