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자유형 400m 예선 탈락에 이어 자유형 200m에서도 결승 진출에 실패한 박태환(20.단국대)이 대표팀과 전담팀을 오가며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비록 월드 챔피언이지만 스무살 청년이 감당해내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관심과 기대를 그는 외롭게 혼자 짊어지고 있었다.

박태환은 2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포로 이탈리코 콤플렉스에서 열린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개인 최고 기록(1분44초85)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1분46초68의 기록으로 조 5위, 전체 13위 머물러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경영 종목 첫날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전체 12위 성적으로 예선 탈락하며 베이징올림픽 챔피언으로서 체면을 구긴 박태환은 이틀 연속 나온 의외의 결과에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박태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국민 여러분만큼 나도 나 자신한테 실망과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른 선수들이 좋아졌다. 하지만 나도 아직 많은 날이 있다. 일단 남은 자유형 1,500m에서 좋은 성적으로 결승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태환과 일문일답.

-- 어떤 적전이었나.

▲초반 100m를 52초대에 턴 하려고 했다.

올림픽 때 같았으면 좋은 기록이다(박태환은 이날 52초22에 100m를 돌았는데 조에서도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올림픽 이후 선수들이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수영장, 수영복 문제는 둘째치고 다른 선수들이 많이 노력했다.

원래 올림픽에서 성적을 내면 그 다음 해에는 뒤처지는 것 같다.

쉴 타이밍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번 대회 끝나면 휴식을 취할 것이다.

몸을 업그레이드 할 것이다.

-- 전신수영복을 입지 않아 기록이 나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반신수영복을 입는 선수도 있었고 전신수영복을 입는 선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의 모든 선수가 전신수영복으로 바꾼 것 같다.

이번 대회를 끝내면 시간이 많으니까 전신수영복을 입어보겠다.

-- 경쟁자들의 성장이 두드러졌는데.

▲(이번 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인) 파울 비더만(독일)은 2년 전부터 대결한 선수인데 좋은 기록을 내 축하한다고 말해줬다.

연습을 열심히 한 것 같다.

내게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전담팀 분들에게도 농담삼아 "내가 비더만에게 일단 기회를 준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올림픽 다음 해에는 성적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올림픽 때 성적이 안 좋았던 선수가 오히려 동기부여가 돼 기록을 내기도 한다.

내게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음에는 정상에 근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전담코치 없는 전담팀이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지금 가장 큰 문제다.

원래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가 뭔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했다.

나 하나를 두고 말들이 많으니까 나한테는 가장 큰 상처가 됐고 아팠다.

전담코치가 없어 더 나은 성적을 위하여 택한 것이 미국 전지훈련이었다.

미국에서는 훈련도 잘 됐다.

이번 대회를 기대했는데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좀 더 나은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드려야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전담코치를 두는 것도 힘들다.

파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 심적 부담이 컸던 것 같은데.

▲솔직히 베이징올림픽 때보다는 두 배 이상 부담이 됐다.

저의 다짐보다도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더 커 힘들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는 달리 나는 혼자서 감당해야해 너무 힘들었다.

몸을 풀 때는 좋았는데 긴장을 많이 하다보니 결과가 좋지 못했다.

나도 (자유형 400m에서) 예선 탈락할 줄은 몰랐다.

(로마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