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완전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홈팀이야"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금호타이어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리아투어 2009' FC서울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경기를 지켜보던 한 팬의 말이다.

상암벌이 맨유 팬들의 응원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6만5천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멀리서 봤을 때는 마치 모두 한국 국가대표팀 경기를 응원하러 온 듯 빨간색 옷이 주를 이뤘지만 실은 맨유의 유니폼을 갖춰 입고 온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울과 맨유의 유니폼이 공교롭게도 모두 빨간색이 주를 이뤄 관중석이 붉은 물결을 이루기는 했지만 눈대중으로 수를 헤아려보면 맨유 유니폼이 절대다수였다.

'산소 탱크' 박지성(28)의 이름과 배번 13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온 팬들이 가장 많았고 이 밖에도 한국 팬들이 많은 웨인 루니의 10번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서울 서포터스들도 서울 쪽 벤치 뒤편에 자리를 잡고 열심히 서울을 응원하며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0-1, 1-2로 뒤지던 맨유가 루니의 헤딩슛, 페데리코 마케다의 슛 등 두 차례 동점골에 성공하자 많은 팬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홈팀' 서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헤딩으로 전세가 3-2로 뒤집혔을 때도 팬들의 함성은 상암벌을 가득 메웠다.

또 경기 도중 벤치에 앉아 있던 박지성의 모습이 경기장 내 대형 화면에 잡힐 때마다 팬들은 일제히 큰 함성을 터뜨리기도 했다.

마치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에게 '빨리 박지성을 내보내라'고 압박을 가하는 것 같았다.

박지성뿐 아니라 퍼거슨 감독, 마이클 오언 등이 화면에 모습을 드러낼 때도 관중은 박수와 환호로 사실상의 홈팀 맨유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반면 서울의 세뇰 귀네슈 감독이 전반 한때 대형 화면에 모처럼 등장했을 때는 서울 서포터스 외에는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후반 시작 후 15분이 지나 맨유가 선수 4명을 교체할 때도 박지성이 나오지 않자 팬들은 '박지성'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영웅'의 출전을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박지성이 투입된 후반 28분이었다.

박지성이 출전을 위해 몸을 풀 때부터 계속됐던 환호성은 박지성이 선수 교체를 위해 벤치 밖으로 나올 때부터 최고조에 달했다.

2년 전 방한 경기에는 뛰지 않았던 박지성이 맨유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서 처음 경기에 나서는 순간이었다.

박지성이 그라운드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 처음 공을 잡을 때는 관중석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로 시야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마치 박지성 투입 이후에야 진짜 경기가 시작된 느낌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박지성의 입단으로 '국민 축구 클럽'이 된 맨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한 판 승부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