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프로배구가 돌아온다.

지난 4월 흥국생명(여자부)과 삼성화재(남자부)가 2008-2009 V-리그 챔피언에 오른 이후 3개월여 만에 무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스파이크 쇼가 펼쳐진다.

IBK기업은행이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4억원을 지원하는 `2009 부산ㆍIBK기업은행 국제배구대회'가 오는 24일부터 8월2일까지 열흘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네 번째 주최하는 하계 컵대회로 올해부터 참가 범위를 국외로 넓혀 국제대회로 격상했다.

이란, 중국, 일본, 태국에서 남녀 각 3개 외국클럽이 참가한다.

남자부 9개 팀, 여자부 7개 팀이 A, B조로 나뉘어 조별 라운드를 벌인 뒤 각 조 1, 2위 팀이 4강 크로스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예선 순위는 승률, 점수득실률, 세트득실률로 정한다.

우승 상금은 남녀 각각 3만달러, 2위 2만달러이고 MVP 상금은 3천달러이다.

대회 개막일인 24일에는 삼성화재-대한항공, 현대캐피탈-LIG손해보험(이상 남자부), 도로공사-현대건설, 덴소-타이베브(이상 여자부)가 맞붙는다.

FA(자유계약선수)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남자 선수들이 한때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였던 대회이지만 남자 6개 구단 단장들의 합의로 FA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선수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동참한다.

남자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주말까지 월드리그 원정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친 상태이지만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힘을 보탠다.

여자팀 중 강호 GS칼텍스가 불참하는 것이 옥에 티로 남았다.

이성희 감독과 GS칼텍스 주력 선수들이 대표팀을 구성해 오는 31일부터 열리는 그랑프리세계여자배구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미리 보는 2009-2010 V-리그 = 이번 대회는 올 겨울 리그 판도를 미리 점쳐볼 기회이다.

조 편성은 2008 IBK기업은행배 양산프로배구 성적에 따라 나뉘었다.

지난 겨울 시즌 남자부에서 우승한 삼성화재는 지금껏 여름 대회에서 한 번도 왕좌에 오른 적이 없다.

삼성화재는 2006, 2008년 대회 준우승만 두 번 차지했다.

현대캐피탈이 2006년과 2008년 우승했고 2007년에는 대한항공이 패권을 따냈다.

남자팀들의 현재 상황은 대부분 정상이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고 일부는 수술까지 받았다.

삼성화재도 주전 노쇠화로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리그에 출전하느라 팀을 돌볼 시간조차 없었다.

오히려 대한항공과 LIG손해보험이 젊은 피를 앞세워 정상을 노려볼 만하다.

LIG는 이미 팀에 합류한 독일 용병 크리스티안 팜펠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여자부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 흥국생명도 여름 대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3년간 현대건설, GS칼텍스, KT&G가 차례로 우승컵을 들었다.

흥국생명은 에이스 김연경을 일본 리그(JT마베라스)에 임대한 상황이라 확실한 주포가 마땅찮다.

◇만만찮은 외국 클럽 = 남자부는 사이파(이란), 저장(중국), 산토리 선버즈(일본) 등 3개 팀이, 여자부에는 타이베브(태국), 톈진 버지스톤(중국), 덴소 에어리비스(일본) 등 3개 팀이 출전한다.

사이파는 2005년 아시아클럽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고 이란 국내리그에서 2005, 2007, 2008년 3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메드 레자에이, 자바드 자디, 모하마드 토르카쉬반드 등 2m가 넘는 장신 3명이 포진해 있다.

2003년 중국 국내리그에서 우승한 저장은 창단 50년 전통을 자랑하고, 일본 오사카를 연고지로 둔 산토리는 1999-2000 시즌부터 5연속 우승컵을 거머쥔 강팀이다.

여자부 톈진에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뛴 리쥐안 등 대표 3명이 들어 있다.

일본 덴소는 최근 자국리그 우승 경력이 없지만 가오리 이노우에 등 대표급 선수들이 있다.

태국 타이베브도 주축이 170㎝대 단신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우리캐피탈-KEPCO45 '돌풍 기대하라' = 이번 대회에는 남자 프로배구 제6구단으로 창단한 우리캐피탈이 공식 무대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김남성 우리캐피탈 감독은 "우리가 연마해온 실력의 80%만 발휘하면 어떤 팀과도 대등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며 신생팀 답지 않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우리캐피탈은 베테랑 라이트 손석범과 레프트 안준찬, 월드리그에서 활약한 센터 신영석이 주축이다.

지난 2월 시범경기에서 2승4패를 기록한 우리캐피탈은 이번 대회 목표를 1승 또는 2승으로 소박하게 잡았지만 기존 프로팀들이 방심하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1970∼80년대 아시아의 거포로 이름을 날린 강만수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한 KEPCO45도 구단 사상 첫 용병인 미국 국가대표 브룩 빌링스를 출전시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