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산악인으로서 불굴의 도전정신을 앞세워 히말라야 8천m 고봉 11개에 올랐던 `철녀' 고미영이 19일 오후 4시15분 고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지난 3월 남은 8천m 봉우리 7개를 다 오르겠다며 자신감에 차 한국을 떠났던 고미영은 `트레이드 마크'인 그을린 피부에 하얀 이빨이 돋보이는 환한 미소 대신 차가운 주검이 돼 돌아왔다.

이날 고인의 시신이 도착한 인천공항 화물터미널C동. 산악인 엄홍길씨와 대한산악연맹 소속 회원 등이 도열한 가운데 시신을 담은 관이 나오기로 예정된 출구에서 고인의 언니 미란씨가 검은 상복 차림으로 한없이 울고 또 울었다.

미란씨는 "미영아, 니가 이렇게 올 줄 몰랐어", "미영아, 고생만 하고 어떡해..왜 외롭게 혼자 갔니.."라며 끊이지 않는 눈물을 흘렸다.

한 친지가 미란씨를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마치 실신할 것 처럼 보였다.

오후 4시55분. 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김대수 원정대장이 영정 사진을 안고 출구 앞에 도착했다.

이번 사고로 큰 충격을 겪은 김 대장은 몰라보게 여윈 모습이었다.

이윽고 출구 문이 열리고 특수 방부처리가 된 고인의 관이 실려 나왔다.

이 순간 미란씨는 친지를 뿌리치고 동생 미영씨의 관으로 뛰쳐나갔다.

미란씨는 고인의 관을 어루만지며 오열했다.

미란씨는 "미영이가, 왜 이렇게 왔냐고, 왜.."라고 목놓아 울었다.

미란씨가 "대답 좀 해봐, 미영아..너 안죽는다고 했잖아"라고 외칠 때에는 관을 영구차 안으로 옮기던 대한산악연맹 소속 회원들의 어깨도 들썩거렸다.

고인의 관을 품은 영구차는 국립의료원을 향해 달렸다.

앞 자리에는 고인의 영원한 동지이자 정신적 멘토(스승)인 김재수 대장이 영정사진을 품에 소중히 안았다.

그리고 김 대장의 새까맣게 탄 얼굴 위로 뜨거운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고인의 시신은 이날 바로 국립의료원에 안치된 뒤 21일 영결식을 치르고 화장돼 영원한 이별을 고한다.

(영종도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