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고수들의 '골프이야기'] 가수 조정현씨‥야구배트 매일 200회 휘두르며 스피드 높여
'움직이는 볼도 치는데 정지한 볼쯤이야'라고 생각했다가 큰코 다칠 수 있다. 골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로 유명한 가수 조정현씨(45)는 경성고 시절부터 6년간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했다. 스케이트를 타고 얼음 위를 굴러다니는 퍽(puck)을 치던 그가 제자리에 있는 골프볼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좌절이었단다.

조씨는 1990년 가을 친한 연예기획사 선배가 소방차 멤버들과 함께 가수 권인하씨가 운영하던 나폴레온 골프숍에 데려가 장비를 사주면서 골프에 접하게 됐다. "잠자고 있는 저를 깨워서 막무가내로 끌고 갔어요. 앞으로 골프가 이래저래 쓸모가 많을 거라고 했죠.지금은 감사한 마음입니다. "

7번아이언과 피칭웨지로 일주일 연습한 뒤 그해 10월 소방차 멤버인 김태영 정원관씨와 함께 출격했다. 첫 라운드의 동반자 가운데 3명이 바로 그날 머리를 올려 모두 땅볼만 치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고.그는 첫 라운드 후 화가 머리끝까지 났단다. 움직이지 않는 조그만 볼에 농락당한 기분이 들어서다. 다음날부터 연습장을 집 드나들 듯이 찾았다.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그냥 눈 뜨고 나가서 점심도 해결하고 저녁까지 연습장에서 먹고 들어왔다. 그렇게 1년가량을 연습장에서 살았다. 머리 올린 뒤 딱 6개월 만인 1991년 4월,80타를 쳤다. 그 이후 줄곧 '싱글 핸디캡'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핸디캡 '5'를 놓는다. 그는 3개월간 레슨프로에게서 기본기를 배운 뒤 골프장 클럽챔피언 등에 오른 4명의 친형들과 라운드를 하면서 실전을 익혔다.

[아마고수들의 '골프이야기'] 가수 조정현씨‥야구배트 매일 200회 휘두르며 스피드 높여
물론 학창시절의 운동 경력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임팩트라는 개념을 알고 있었고 기본기를 습득하는 속도가 빨랐다"며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골프는 몸이 정지한 상태에서 짧은 시간에 테이크어웨이부터 피니시까지 정확하게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골프의 매력은 뭘까. 좋은 사람과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첫 번째로 꼽았다. "골프로 만난 관계가 오래 지속됩니다.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가 겸손을 가르치기 때문에 좋은 동반자들을 많이 만나는 것 같습니다. "

그는 골프에서 중요한 것은 '밸런스'라고 강조했다. "셋업 때 주저앉거나 몸이 앞으로 쏠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발바닥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게 셋업하는 게 중요합니다. " 이를 위해 그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20분가량 요가와 스트레칭을 통해 몸의 유연성을 유지한다. 또 매일 골프 연습용 야구배트를 200회 정도 휘두른다.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에서 오는 단점을 빠른 스윙 스피드로 극복하기 위해서다.

퍼트에 대해서는 "제대로 선다고 해도 몸이 열리거나 닫힌 경우가 많다. 어깨부터 발바닥까지 똑바로 정렬하고 자신의 리듬에 맞게 스트로크를 하는 것이 요령"이라고 귀띔했다. 끝으로 '무아지경'도 그가 중시하는 자세다. "연습장에서는 고민을 많이 하고 다양한 샷을 시도해야 하지만,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면 잡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스윙하는 게 좋습니다.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