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땅을 뜨겁게 달굴 한국인 창과 방패 대결에서 누가 웃을까'

한때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악동' 공격수 이천수(28.알 나스르)와 베테랑 수비수 이영표(32.알 힐랄)의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맞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천수는 국내 K-리그 전남 드래곤즈와 계약 파동을 일으키고 나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해 13일 알 나스르와 1년 계약을 맺었다.

원소속 구단인 페예노르트(네덜란드)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천수가 알 나스르의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해 입단 계약이 이뤄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영표는 앞서 지난 11일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의 1년 계약 연장 요구를 뿌리치고 알 힐랄에 입단했다.

계약 기간 1년에 연봉은 100만유로(한화 17억8천만원)를 받고 2009-2010시즌 활약에 따라 계약 기간을 1년 연장할 수 있다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

둘 다 현지 적응과 주전 경쟁을 뚫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지만 오는 9월 개막하는 2009-2010시즌 사우디아라비아 정규리그에서 소속팀의 명예를 걸고 싸워야 할 처지다.

아직 시즌 일정이 나오지 않았으나 이천수와 이영표는 두 차례 정규리그와 컵대회인 크라운프린스컵, 사우디 킹스컵 등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시즌에는 설기현(39.풀럼FC)이 6개월간 임대 선수로 뛰었고 이영표가 입단한 알 힐랄이 이천수 소속팀인 알 나스르를 압도했다.

알 힐랄은 정규리그 3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지만 15승5무2패(승점 50)로 알 이티하드(17승4무1패.승점 5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알 나스르는 10승4무8패(승점 34)로 5위에 머물렀다.

두 차례 맞대결에서도 알 힐랄이 모두 승리했다.

알 힐랄은 지난해 10월19일 6라운드 홈경기에서 2-1로 이겼고 지난 1월24일 14라운드 원정경기에서도 2-0 완승을 낚았다.

알 힐랄은 지난 시즌 크라운 프린스컵에서도 2회 연속 우승을 포함해 최다인 통산 8번째로 정상을 밟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뛰었던 이천수와 이영표는 이슬람 문화와 무더운 날씨, 음식, 언어 장벽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주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둘은 맞대결 이전에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두 차례 해외 진출 실패와 전 소속팀 수원 삼성, 전남과 마찰을 겪었던 이천수는 도망가다시피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을 선택했다.

전남과 계약 파문이 일어나기 전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지난 시즌 리그에서 7골을 사냥했던 라얀 베랄과 사드 알-하르티, 압둘라만 바시, 라자그 등 다른 공격수보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야 선발 자리를 꿰찰 수 있다.

이영표 역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인정받은 기량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전 자리를 예약했음에도 빨리 현지 생활에 적응하고 종교적 차이 등도 이겨내야 한다.

설기현에 이어 이천수와 이영표의 동반 진출로 관심을 끄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서 둘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