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목표였던 1승을 해냈기 때문에 이제 메이저 대회 정상에 도전하겠다"
지은희(23.휠라코리아)가 지난해 6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웨그먼스LPGA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뒤 했던 말이다.

이어 열렸던 US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는 공동 42위에 그쳤지만 결국 1년이 지난 올해 메이저 우승의 꿈을 이뤄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수상스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아버지 지영기(53)씨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지은희는 6개월 만에 아마추어대회에서 2위에 차지할만큼 재능은 타고 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02년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며 주니어 무대에서 강자의 자리를 굳힌 지은희는 1년 뒤인 2003년 프로대회인 김영주골프여자오픈 준우승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유난히 뛰어난 선수가 많이 배출된 또래 사이에서 지은희는 힘겨운 프로 초년 시절을 겪어야 했다.

최나연(22.SK텔레콤), 박희영(22.하나금융), 신지애(21.미래에셋) 등이 아마추어 시절에 프로대회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2004년 2부투어를 거쳐 200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합류할 수 있었다.

더구나 주니어 때부터 경쟁을 벌였던 최나연, 박희영, 신지애 등이 우승컵을 쓸어 담을 때 지은희는 데뷔 이후 2년 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며 속을 태워야 했다.

2007년 휘닉스파크클래식에서 우승 물꼬를 튼 지은희는 KB국민은행 스타투어 2차 대회까지 제패하며 상금랭킹 2위에 올랐지만 미국 무대 진출도 모양새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했지만 조건부 출전권을 받는데 그친 지은희은 2008년 전경기 출전권을 뜻하지 않게 거머쥐면서 인생 행로가 달라졌다.

2007년 짬짬히 출전한 4차례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은 없었지만 한차례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짤잘한 상금을 벌어들인 지은희는 2008년 시즌 전 경기 출전권을 획득했다.

소속사와 '절반은 한국에서 활동한다'는 조건을 달고 '분위기가 익히자'며 미국으로 건너간 지은희는 웨그먼스LPGA에서 덜컥 우승하는 '사고'를 냈다.

미국 투어에 전념하기로 방향을 바꾼 지은희는 8차례 '톱10'에 입상하며 입지를 다졌고 올해도 이 대회 전까지 14개 대회에서 다섯 차례 '톱10'에 올라 꾸준한 성적을 냈다.

아이언샷이 빼어난 지은희는 이번 대회에서도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249.5야드로 40위에 그쳤지만 그린 적중률 72%(공동 2위)로 이를 만회해 값진 메이저 우승을 일궈냈다.

평소 퍼트가 약점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지은희였지만 이번 대회 평균 1.71개의 퍼트로 공동 49위에 그쳤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던 4라운드 18번 홀에서 6m 퍼트를 멋지게 넣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일 수 있었다.

우승 상금 58만 5천 달러를 손에 넣으며 상금랭킹 5위(83만 2천907달러)로 올라선 지은희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지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