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산악인 고미영씨(41 · 코오롱스포츠)가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도중 실종됐다.

고씨의 후원사인 코오롱스포츠는 12일 "현지에서 수색 작업을 펼치던 헬기가 이날 오후 3시10분 캠프1이 설치된 히말라야 매스너 루트 100m 위쪽에서 고씨가 정상 쪽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접근이 어려워 고씨의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고씨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해발 8126m의 낭가파르밧을 등정하고 하산하다가 '칼날 능선'이라고 불리는 해발 6200m 지점에서 조난당했다. 보통 하산할 때는 산악대원들끼리 서로 로프에 몸을 묶는데 고씨가 실족한 곳은 평소 눈사태와 낙석이 많아 로프를 사용할 수 없어 '칼날 능선'이라는 악명을 가지고 있다.

고씨가 등정에 성공한 낭가파르밧도 수직에 가까운 경사 때문에 에베레스트(8848m) 남서벽과 로체(8516m) 남벽 등과 함께 가장 난도 높은 루트로 꼽힌다. 1953년 헤르만 불이 처음으로 등정에 성공할 때까지 7회에 걸쳐 31명의 희생자를 내기도 했다.

코오롱스포츠에 따르면 고씨는 10일 오후 8시30분께 정상에 오른 뒤 하산을 시작,캠프4에서 휴식을 취하고 캠프3을 지나 캠프2를 100m 남기고 11일 오후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오은선씨(43 · 블랙야크)와 함께 국내 여성 산악인의 대표 주자로 손꼽힌다. 두 사람은 여성 산악인으로 히말라야 8000m급 14봉 세계 첫 등정이라는 기록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고씨와 오씨는 서로 앞뒤를 다투며 8000m급 봉우리 각각 11개와 12개에 올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91년 코오롱 등산학교를 통해 산악에 입문한 고씨는 자그마한 체구(160㎝ 48㎏)로 고산 등반에 도전하기 전에는 국내 여성 스포츠클라이밍의 1인자로 활약했다. 1995년 대한산악연맹대회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2002년 대한산악연맹 대한민국 산악상(등반부문)을 받았고 2003년에는 제12회 아시아인공암벽등반대회 여자부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가 2005년 파키스탄 드리피카(6047m) 등정을 계기로 2006년부터 고산 등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6년 10월 히말라야 초오유(8201m) 등정에 성공하고 이듬해 5월 히말라야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0848m)를 정복했다. 그해 국내 여성 산악인 최초로 8000m급 봉우리 3개를 연속 등정하는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에는 해발 8163m의 히말라야 마나슬루를 무산소 등정했다.

올해에는 히말라야 마칼루(5월1일),칸첸중가(5월18일),다울라기리(6월8일)를 이미 올랐고 이번에 낭가파르밧까지 오르면서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14개 중 11개 등정에 성공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