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US여자오픈이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스코어를 '줄이는'게 아니라 '지키는' 대회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지르기'보다 '참는' 선수가 우승컵에 키스할 확률이 높다. 경기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대회 주최 측인 USGA(미국골프협회)가 펜실베이니아주 베슬리헴 사우컨밸리CC에서 12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3라운드 때 일부 홀의 거리를 줄였지만 선수들의 스코어는 여전히 기대 이하로 나타났다. 1~3라운드 스코어가 언더파인 선수는 크리스티 커(미국 · 2언더파 211타)가 유일하고,지은희(23 · 휠라코리아)가 이븐파로 단독 2위다.

USGA는 6번홀(파5 · 559야드)의 티잉 그라운드를 옮겨 홀 길이를 47야드 줄인 512야드로 변경했다. 당초 332야드였던 10번홀(파4)도 티잉 그라운드 조정을 통해 그린까지 직선거리가 252야드로 단축됐고,4번홀(파3)은 핀의 위치를 슬로프 바로 앞에 꽂아 티샷이 슬로프를 타고 내려와 핀 쪽을 향하도록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까다로운 핀과 그린,강한 바람 때문에 애를 먹었다.

2라운드까지 단독 2위였던 폴라 크리머(미국)가 대표적인 희생양.크리머는 캐리 웹(미국)이 이글을 잡은 일종의 서비스홀인 10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해 단숨에 10위 바깥으로 밀려났다. 그린을 목표로 드라이버샷을 날린 게 화근이었다. 티샷은 그린 우측 벙커에 빠졌고 두 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 30야드 가까이 날아가 버렸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샷이 러프에 머물러 결국 5온에 2퍼트로 마감했다.

첫날 단독 선두였던 최나연(22 · SK텔레콤)도 홀마다 도사리고 있는 벙커와 까다로운 퍼트 라인 때문에 이날만 5타를 잃어 5오버파 218타(공동 11위)로 내려앉았다. 총 11개의 파4홀 중 6개 홀에서 보기를 범했고,거리가 줄어든 10번홀에서만 유일하게 버디를 잡았다.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5위로 경기를 마친 박희영(22 · 하나금융)은 6번홀에서 2,3라운드 연속으로 보기를 기록,거리 축소의 메리트를 살리지 못했다. 마이크 데이비스 USGA 경기위원장은 "마지막 날 15번홀(파4 · 339야드)도 티샷으로 볼을 그린에 올릴 수 있는 '드라이버 홀'로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선수는 '버디'를 노리기보다 '파' 세이브에 급급했다. 그런 가운데 이날 전반에 버디 1개,보기 3개로 주춤한 지은희가 후반에 버디만 3개를 낚아 3라운드까지 선두를 유지한 커와 마지막 날 챔피언조로 나서게 됐다. 지은희는 "후반 라운드에서 샷과 퍼트감이 되살아났다"며 "커와는 평소 친하게 지내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랭킹 1위인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합계 8오버파 221타(공동 27위),신지애(21 · 미래에셋)는 10오버파 224타(공동 42위)로 사실상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