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프로야구 중계를 보려고 TV를 켰다가 놀라는 팬들이 요즘 적지 않다.

선수들이 원래 입고 있어야 할 유니폼 대신 예전 것 또는 전혀 색다른 유니폼을 착용한 탓이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지난 7~9일 주중 3연전 홈경기 때 흰색 바탕의 옷 대신 회색 유니폼을 입었다.

1936년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미국으로 원정을 떠난 것을 기념한 복고풍 패션이었다.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격돌하는 날은 타임머신을 타고 199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두산과 롯데는 한 달에 한 번씩 각각 플레이어스 데이와 챔피언스 데이를 통해 예전 유니폼을 입고 골수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양 구단은 의기투합해 각 구단이 실시하는 '특정한 날'에 올드 유니폼을 맞춰 입고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프로스포츠 구단은 보통 홈, 원정 2가지 유니폼을 입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팬들의 욕구를 담고자 색다른 유니폼을 만들어 시선을 붙잡는다.

특정 요일과 각종 기념일에 입는 유니폼 등으로 세분화했다.

프로스포츠가 활성화한 미국에서는 이를 '제3의 유니폼'(Third jersey)이라고 부른다.

제3의 유니폼이 생기면서 한 팀이 보유할 수 있는 유니폼 개수의 한계는 사라졌다.

◇화려한 제3의 유니폼
홈 경기 흰색, 방문경기 회색으로 획일적이었던 미국프로야구 유니폼은 1970년대 초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디자인으로 팬들에게 다가가자는 변화의 움직임 속에 다양하게 진화했다.

기존 유니폼의 색깔에서 차별화가 시작됐다.

오클랜드가 노란색과 초록색을 가미한 유니폼을 선보였고 피츠버그는 검정 바지를 착용했다.

팬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각 구단은 본격적으로 제3의 유니폼을 제작했다.

밀워키는 금요일 홈경기마다 1978~1993년 입었던 예전 옷을 입는다.

시애틀은 1998년 캔자스시티 구단과 함께 구단 창립 50주년을 맞는 2027년을 미리 가본다는 취지로 미래 분위기가 나는 유니폼을 입고 게임을 뛰었다.

전통적으로 파란색과 회색을 유니폼에 사용하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캐나다 건국기념일에는 국가를 상징하는 빨간색이 들어간 유니폼을 착용하고 보스턴 레드삭스는 금요일 홈경기 때는 빨간색 유니폼을, 금요일 방문경기 때는 파란색을 입는다.

시카고 컵스는 가끔 홈, 원정 경기에 상관없이 갑자기 파란색 제3의 유니폼을 착용할 때가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선발투수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군사도시 샌디에이고를 상징하듯 '군대의 날'을 맞아 얼룩무늬가 가미된 유니폼을 입는다.

롯데 자이언츠도 지난해 현충일을 맞아 군복 유니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역사가 짧은 한국프로야구는 종종 예전 유니폼에 그치지만 두산처럼 여성팬을 겨냥해 분홍색을 섞은 새로운 옷을 만들기도 한다.

◇향수 자극, 마케팅에도 도움
'제3의 유니폼'의 주된 경향은 복고풍이다.

과거 화려했던 시대의 유니폼을 입어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해 인기를 도모한다는 취지다.

구단의 역사와 전통 등을 한꺼번에 보여주는데 유니폼만 한 게 없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예전 유니폼 상의를 입고 열심히 응원하는 팬들이 많이 늘었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팀 명을 그대로 사용 중인 삼성과 롯데는 물론 해태 타이거즈(현 KIA), MBC 청룡(현 LG) 등 지금은 역사 뒤로 사라진 옛 팀들의 유니폼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명문 구단의 오래된 열성팬'이라는 명예와 자부심을 심어주고 응원에서 큰 응집력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이런 변화의 흐름과 달리 전통을 고수해 인기를 얻는 구단도 있다.

월드시리즈를 26차례나 우승한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는 '핀 스트라이프'(가는 줄무늬)로 상징되는 흰색 홈 유니폼과 회색으로 상하의를 통일한 원정 유니폼만으로도 여전한 인기를 누린다.

한편 복고풍과 달리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새로운 분홍색 유니폼으로 인기몰이 중인 두산은 마케팅 수익도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귀띔한다.

두산은 한 달에 한 번씩 '퀸즈 데이' 행사 때 분홍색이 가미된 흰색 유니폼을 입는데 아줌마 팬은 물론 젊은 여성팬이 급증, 유니폼 수익도 지난해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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