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윤(20세)이 후지쓰배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생애 첫 세계대회 정상에 올랐다.

강동윤 9단은 6일 일본 도쿄 치요다구 일본기원에서 열린 제22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이창호 9단에게 백으로 228수만에 2집반승했다.

지난 2000년 프로 입단한 강동윤은 이로써 데뷔 9년만에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적인 기사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초반 흑에게 큰 집을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강동윤은 중반에 잡힌 돌을 활용하는 사석전법으로 외곽을 두텁게 정비한 후 초읽기에 몰린 이창호를 괴롭히며 침착하게 추격했다.

이후 중앙 백말의 절단을 노리는 이창호의 노림수를 백124수의 마늘모 묘수로 막아내 승기를 잡은 강동윤은 상대의 장기인 두터운 끝내기를 거꾸로 구사하며 승리를 이끌어냈다.

지난 4일 준결승에서 박영훈 9단을 누르고 생애 첫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강동윤은 20세의 나이답지 않은 침착한 반면운영으로 첫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5단이던 2007년에 제4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결승에서 이창호를 2-1로 물리치고 우승했던 강동윤은 이로써 이창호와 두 차례 결승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통산전적 9승5패를 기록, `이창호 킬러'라는 명성을 재차 확인했다.

2000년 연구생 신분으로 세계청소년대회 우승한 후 2002년에 프로에 데뷔한 강동윤은 입단 3년차인 2005년에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연승최강전과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등 양대 신인왕전을 석권하며 될 성부른 나무로 불렸다.

상대의 주문을 거부하는 독특한 기풍을 이름과 접목시켜 '깡통'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강동윤은 국내랭킹 3위에 올라 있지만 그동안 세계대회에서 별다른 성적을 올리지 못해 '국내용'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에 중국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월드마인드스포츠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자신감을 얻은 후 곧장 농심신라면배 한국대표로 출전해 5연승을 거둬 이세돌과 함께 한국우승을 견인했다.

아마대회 우승, 신예전 우승, 본격기전 우승, 세계대회 단체전 우승 등 엘리트코스를 착실하게 밟아온 강동윤은 이번 세계대회개인전 우승으로 '국내용'이라는 오명을 완전히 벗게 됐다.

우승이 확정된 직후 "대국이 끝난 직후라 기쁘다기 보다는 피곤하다는 느낌"이라고 말한 강동윤은 "5살 때 바둑을 시작한 이후 이창호 사범님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이기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2층 시상식장에서 "이렇게 많은 팬들이 와주신줄 알았다면 화끈한 싸움바둑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라며 여유를 보인 강동윤은 "작년부터 세계대회에서 중국에 밀리는 느낌이다.

이창호, 이세돌의 뒤를 이어 최강 한국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후지쓰배는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이 10년 연속 우승을 독점해오다가 지난 해 이창호가 구리 9단에게 무너지며 중국에 우승을 넘겨준 바 있는데 이번 강동윤의 우승으로 한국은 2년만에 우승컵을 되찾게 됐다.

우승상금으로 1천500만엔(약1억9천만원)을 받은 강동윤은 올 1월에 이세돌을 3-2로 누르고 박카스배 천원전을 차지한데 이어 이창호마저 이기며 우승해 한국랭킹 1,2위를 모두 물리치고 2관왕에 올랐다.

한편 세계대회 23회 우승으로 최다우승자인 이창호는 2005년 3월에 춘란배에서 우승한 후 중국이 불참한 마이너기전인 중환배 제외하고는 4년4개월째 세계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춘란배 결승에서 창하오에게 패하며 6회 연속 세계대회 준우승에 그쳤던 이창호는 강동윤에게도 패해 두 달 사이에 두 번의 준우승만 차지하며 7회연속 준우승의 분루를 삼켜야했다.

1996년과 1998년에 두 차례 우승한 후 9년간 침묵하다가 2007년부터 3년연속 후지쓰배 결승에 오르며 이세돌의 대회최다우승(3회)에 도전했던 이창호는 3회 연속 준우승에 그치는 불운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정동환 객원기자 bd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