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었고 인내심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몇몇 홀에서는 예전처럼 혈기가 넘쳐 의사결정을 잘못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버디 기회가 왔을 때 넣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우즈는 그랬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다시 정상에 도전할 것이다. 그것은 시간문제다. "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4 · 미국)와 챔피언조로 맞대결한 끝에 3위에 머물렀지만,'차세대 기대주' 앤서니 김(24 · 나이키골프)은 솔직하고 당당했다. 우즈에게 뒤지는 점은 인정하면서도,한층 높아진 자신감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또다시 세계정상에 도전하겠다는 패기는 젊은 선수다웠다.

아쉬움이 남는 라운드였다. 6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콩그레셔널CC(파70)에서 열린 미국PGA투어 AT&T내셔널 최종라운드에서 우즈는 3타(버디4 · 보기1)를 줄인 반면,김은 이번 대회 첫 오버파를 치고 말았다. 빨간 상의를 입고 나온 우즈의 카리스마에 주눅들지 않았지만,김은 '한끗'이 모자랐다. 우즈는 합계 13언더파 267타로 시즌 3승째를 올렸고,김은 우즈에게 4타 뒤진 9언더파 271타로 3위를 차지했다.

공동 1위(10언더파)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두 선수 중 기선을 제압한 쪽은 김이었다. 김은 첫 홀(파4)에서 드라이버샷을 우즈보다 23m나 멀리 보낸 뒤 웨지샷을 홀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잡았다. 그러나 1타차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김이 5,8번홀에서 보기를 한 사이에 우즈는 6,7,10번홀 버디로 오히려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15번홀까지 우즈가 중간합계 12언더파,김이 10언더파.앞서 플레이한 헌터 메이한(미국)은 이날만 8타를 줄이며 12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뒤 연습장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스스로 '욕심많은 주최자'(greedy host)라고 표현했던 우즈는 그러나 메이한과 김의 연장돌입 기대를 16번홀(파5)에서 꺾어버렸다. 6m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단독 1위로 치고나간 것.김 역시 그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 우즈와 간격을 1타로 줄이며 연장돌입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나 우즈보다 짧은 2.5m 버디퍼트는 홀을 스치고 말았다.

우즈는 이날 필요한 퍼트는 꼭 넣는 '클러치 퍼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즈는 6번홀에서 김(1.5m)보다 긴 4.5m 버디퍼트를,7번홀에서는 김과 비슷한 거리의 1.8m 버디퍼트를 성공해 김과 대조를 이뤘다. 투어 통산 68승째.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