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이 입을 열었다.

최근 한국기원에 휴직계를 제출하고 1년반 동안 활동중단을 선언한 이세돌 9단이 30일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고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의 심경을 밝혔다.

이세돌의 지적재산권 관리사인 (주)킹스필드의 차만태 회장 사회로 진행된 이번 기자회견은 이세돌과 친형인 이상훈 7단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들의 일문일답 등으로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세돌은 "휴직으로 인해 팬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입을 연 후 "그동안 나를 둘러싼 많은 얘기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으나 오해가 불거져 직접 심정을 말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세돌은 휴직이라는 초강수를 던지게 된 배경에 대해 "5월 26일에 열린 기사총회에서 나에 대해 ‘뭔가조치 하겠다’는 의결 결과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며 "앞으로 오랫동안 같이 기사생활을 해야하는 동료들이 나를 이렇게 취급한 것에 대해 전혀 이해가 안 간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세돌은 "(동료들이 나를 비토하는) 이런 공격적인 상황에서 바둑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또, 입단한지 13년간 쉬지 않고 달려와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충분히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기원에 휴직계를 제출해놓고서 중국리그에는 참가한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소속팀(꾸이저우)을 꼭 우승시키고 싶었다.

13억 인구의 중국에 한국바둑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진정으로 한국바둑계를 위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세돌은 징계 의결이 된 직접적 사안인 한국리그 불참에 대해서는 "중국리그는 제한시간이 2시간이어서 다른 국제대회와 비슷하다.

다른 세계대회를 대비한 트레이닝이 된다.

또 중국선수들과의 대국은 나를 단련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반면 한국리그는 제한시간도 짧고 상위랭커에 불리한 시스템으로 되어있다"고 한국리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세돌은 또 "한국리그 불참은 오래전부터 생각 해왔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올해는 대회 개최 한 달전에 불참의지를 기원에 (전화로) 통보했다.

그 후 신안군의 팀 창설 등은 매스컴을 통해서 알았다.

신안팀에 우선 지명된 사실 역시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

그동안 한국기원은 단 한번도 나와 이 문제에 대해 상의한 적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후원사에 기증하는 바둑판 등에 사인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바둑판에 사인을 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일종의 글을 남기는 행위다.

부채나 종이에 사인하는 것과는 다르다.

내 사인반이 전달될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인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며 "몇몇 후원자분께 드리는 바둑판에 사인을 안한 것은 그 당시 몹시 마음 상한 일이 있어서 결례를 했다.

성숙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한 방송사의 인터뷰에서 "일인자는 일반선수보다 더 높은 도덕적 자세가 요구된다"며 자신을 비판한 조훈현 9단의 발언에 대해서는“내 인생의 목표인 조국수님(조훈현 9단)의 인터뷰는 나를 아끼는 충고로 생각한다.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고치겠다"며 몸을 낮췄다.

기보저작권을 기사회에 일임하는 건에 대해 프로기사 중 유일하게 사인하지 않았던 이세돌은 "서명을 요구하는 용지에는 기사개인에 권리에 대한 아무런 문구가 없었다.

개인의 권리관계만 명확해진다면 언제든 사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시종 차분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 이세돌은 "1년반동안 쉬면서 심신을 추스르고 싶다.

몸과 마음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더 일찍 복귀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휴직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며 "일단 운동 등을 통해 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20개월 동안 한국바둑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세돌은 2009 한국바둑리그에 불참을 선언한 후 프로기사총회에서 86대 37로 자신의 징계를 결의하자 이에 반발해 1년 반동안 한국바둑계를 떠나겠다며 휴직계를 제출했다.

이세돌이 휴직계를 내자 ‘조직의 불합리한 결정에 맞서는 용기있는 행위’라는 옹호파와 ‘개인의 이익만을 쫓아 동료와 조직마저 무시한다’는 찬반양론이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한국기원은 7월2일에 이사회를 소집하여 ‘이세돌 사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정동환 객원기자 bd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