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 소속 팀 공격수 이천수(28)를 떠나보낸 뒤 착잡한 심정을 털어놨다.

박항서 감독은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천수는 어쨌든 떠났고 중요한 것은 팀 수습"이라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은 축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어 "지금 상황을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면서 "감독으로서 맡은 일을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천수가 지난 28일 소속 팀을 무단으로 이탈한 뒤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박 감독은 '이천수에게 해 줄 얘기는 없는가'란 질문에는 "어기고 갔는데 특별히 할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천수의 이번 돌출 행동에 마음이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박 감독은 지난 2월 이천수에 대한 거액 연봉, 전 소속팀 수원과 마찰 등을 우려하는 내부 의견에도 "내가 책임을 지겠다"면서 이천수 영입을 적극 주도한 주인공이다.

이천수가 지난 3월 K-리그 개막전에서 부심을 향해 `주먹 감자'와 `총쏘기' 시늉을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해 6경기 출장정지를 받았을 때도 박 감독은 이천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박 감독은 당시 구단으로부터 관리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와 함께 벌금 100만원을 내기도 했지만 "이천수 뿐 아니라 다른 선수가 잘못을 해도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아니겠느냐"면서 "이천수가 다른 어떠한 행동을 했다 해도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감독은 이천수가 일부 언론을 상대로 인터뷰한 내용에 대해 불편함 심기를 보이기도 했다.

이천수는 전날 밤 일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남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두고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면서 숙소를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박 감독은 "어차피 떠난 선수지만 자기의 생각을 그렇게 언론에 흘린 것은 좀..."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