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 희망이 보인다'

축구대표팀 사령탑인 허정무 감독은 29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도심의 엘리스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미국 간 2009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이하 컨페드컵) 결승 경기를 관전한 뒤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2-3으로 아깝게 역전패를 당하긴 했어도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맞아 대등한 경기를 펼친 미국을 통해 한국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 후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미국이 아주 많은 성장을 했다는 점"이라면서 "충분히 준비하고 더욱 발전시킨다면 약한 팀들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컨페드컵에서는 이변이 속출하면서 전통의 강호들이 수모를 당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챔피언 이탈리아는 이집트에 발목이 잡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또 우승 후보로 꼽히던 `무적함대' 스페인은 준결승에서 만난 미국에 0-2 패배 수모를 당하더니 3-4위 결정전에서도 주최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연장 접전 끝에 3-2로 간신히 이겨 3위에 올랐다.

브라질 역시 준결승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1-0 신승을 거둔 뒤 결승에서도 미국에 먼저 내준 2골을 만회하느라 악전고투를 해야 했다.

허 감독은 이에 대해 "전통적인 강호들이 시즌이 끝나 쉬다가 소집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대회만으로는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가 없다"고 경계심을 풀지 않으면서도 "약체로 분류됐던 팀들도 (강팀과)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되기에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경기장이 대부분 고지대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특수성이 내년 월드컵에서도 충분히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표팀의 훈련 계획에 대해서는 큰 그림이 그려져 있는 상태라고 밝히고 고지 적응 훈련과 상대팀 정보 수집 등 세부 내용은 축구협회와 상의해 실행에 옮겨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국한 허 감독은 이튿날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간 준결승을 지켜보고 26일에는 루스텐버그의 베이스캠프 예정지를 둘러본 데 이어 27일에는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 중간에 있는 센츄리온의 숙박시설과 연습구장을 살펴봤다.

허 감독은 "센츄리온 지역은 이탈리아와 미국이 1순위로 베이스캠프 후보지로 신청해 놓은 상태여서 우리에게 결정권이 없다"면서 "다행히 우리가 1순위로 신청한 루스텐버그 지역이 나쁘지 않고 숙박시설도 경기를 준비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29일에는 케이프타운으로 이동해 월드컵 경기장으로 사용될 그린포인트 스타디움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휴식을 취한 뒤 내달 2일 귀국할 예정이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권정상 특파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