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한국시간) 새벽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B조 8차전.
후반 90분이 다 지나간 뒤 주어진 추가시간 5분마저 흘러 시계가 95분 5초를 가리킬 무렵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

북한이 사우디아라비아와 0-0으로 비기면서 B조 2위로 한국에 이어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 직행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역사적인 사상 첫 남북한 월드컵 본선 동반 진출의 역사가 확정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휘슬 소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라운드 위의 북한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았다.

벤치에서 90여 분 내내 마음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던 김정훈 감독은 코치진과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0-0 상황에서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상 공세에 몇 차례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겪었고, 종료 1분을 남기고는 김영준이 거친 태클로 퇴장당하는 최대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모든 선수가 집중력을 잃지 않은 결과였다.

특히 `인민 루니'로 불리며 본선 진출의 수훈갑으로 평가받는 정대세(가와사키)는 웃옷을 벗고 감격에 겨운 듯 연방 눈물을 흘리며 본선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정훈 감독도 정대세를 감싸고 그동안의 활약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질적 부상에도 이날 경기에서 수차례 결정적 선방을 펼친 골키퍼 리명국은 경기 내내 참았던 고통이 밀려온 듯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한 채 그라운드에 드러누워버렸다.

이어 선수들은 44년 만에 북한을 월드컵 본선으로 이끈 김정훈 감독을 헹가래치며 만세를 외쳤다.

그것도 모자라 선수들은 김 감독을 무동 태워 경기장을 돌기도 했다.

일부 선수들은 북한 인공기를 펼쳐들고 경기장을 일주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박남철은 대회 공식 스폰서인 한국의 삼성 마크가 선명한 푯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해 역사적인 `사상 첫 남북한 공동 월드컵 본선 진출'의 의미를 더욱 크게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