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월드컵 예선전에서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0년 만에 무패 행진으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본선에 진출한 요인 가운데 `캡틴'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빼어난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최종예선 두 번째 경기인 지난해 10월15일 아랍에미리트(UAE)와 홈경기부터 주장을 의미하는 `노란 완장'을 찬 박지성은 이날 이란과 최종전까지 주장으로 8경기를 치르면서 때로는 후배들을 챙기는 자상한 형님이자, 때로는 감독을 대신해 상대방과 신경전을 불사하는 전사 역할을 하면서 팀의 중심에 우뚝 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거의 풀타임으로 소화하느라 그 누구보다 몸은 피곤했지만 프리미어리거라는 `이름값'에 자만하지 않고 누구보다 더 많이, 열심히 뛰어다녔다는 게 축구계의 평가다.

무엇보다도 군림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며 후배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어느 때보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대표팀의 전력을 기대 이상으로 끌어올린 촉매제로 작용했다.

일단 박지성의 활약은 기록에서 빛난다.

그는 작년 UAE와 홈경기 이후 3골을 기록했다.

올해 2월11일 이란 원정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35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대표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

특히 17일 홈에서 열린 이란과 리턴 매치에서도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35분 이근호와 멋진 2대 1 패스를 통해 극적인 동점골을 꽂아넣어 `무패 본선 진출'의 위업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여기에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선발 출장한 예선 12경기 중 중간에 교체된 경우는 올초 이란 원정(후반 39분)이 유일할 정도로 팀내 어느 선수보다 많이 뛰어다니며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경기 외적인 면에서 박지성의 존재는 더욱 빛났다.

선수들을 감싸는 동시에 강한 정신무장을 촉구하는 발언은 대부분 박지성의 입에서 나왔다.

이란과 최종예선 1차전에서 자바드 네쿠남이 "열성적인 10만 관중의 압박은 그들에게 지옥이 될 것"이라며 자극하자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경기가 끝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응수했던 박지성은 리턴 매치를 앞두고는 "이란은 결과에 따라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다.

천국으로 가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강단을 보여줬다.

본선 진출을 확정한 상태에서 치른 이란과 최종전을 앞두고는 자칫 선수들의 긴장이 풀릴 수 있음을 의식한 듯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본선이 대표팀으로서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라며 선수들의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이런 점 때문에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박지성을 높게 평가한다.

허 감독은 "스스로 모범적이다.

억지로 끌고 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해나가는 게 박지성의 장점"이라면서 "어린 선수들은 지성이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있다"라고 극찬했다.

자신만이 아닌 팀 동료의 전력까지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캡틴' 박지성의 존재가 주목받는 이유다.

박지성은 최종예선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란과 8차전에서도 0-1로 끌려가던 후반 36분 천금 같은 동점골로 1-1 무승부의 주역이 됐다.

월드컵 예선 14경기 연속 무패(7승7무)를 완성하는 귀중한 득점포였다.

또 허정무호가 출범한 지난 2007년 11월 이후 이듬해 1월 칠레와 평가전 패배 후 24경기 연속 무패(11승13무) 행진을 이어가는 기분 좋은 축포였다.

위기에 강한 `산소 탱크'다웠다.

이란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박지성은 "세 번째 나가는 월드컵에서 꼭 한국이 원정 16강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