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월드컵 예선 무패 본선진출

'캡틴' 박지성이 이란과의 2010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 한국축구대표팀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이에 따라 허정무호는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처음으로 예선전 무패 기록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무대에 진출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마지막인 8차전에서 후반 6분 마수드 쇼자에이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36분 '산소탱크' 박지성의 천금 같은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꺾고 일찌감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허정무호는 지난 2월6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첫 경기에서 4-0 대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남아공 월드컵 출전을 위해 치른 14경기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으며 7승7무(3차 예선 3승3무)의 무패 기록으로 깔끔하게 예선전을 마무리했다.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 출전한 41개 팀 중 유일하게 패배가 없는 팀은 한국뿐이다.
한국이 월드컵 예선 무패 기록으로 본선에 진출한 것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전 이래 20년만이다.

또 이란과 역대 A매치 상대전적에서도 8승7무8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이란은 이날 무승부로 2승5무1패(승점 11)로 같은조 북한, 사우디아라비아(승점 11)와 동률이 됐지만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남아공행 직행 티켓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18일 새벽 3시(한국시각)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치러지는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결과에 따라 한 팀이 남아공에 직행한다.
만약 북한이 사우디전에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경우 남북이 함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개 된다.

허정무호는 박주영(서울)과 이근호(이와타)가 투톱으로 하는 4-4-2 포메이션으로 이란 진영을 공략했다. 좌우 날개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서울)이, 중원에는 김정우(성남)와 기성용(서울)이 호흡을 맞췄다.

뒷쪽 수비라인은 오범석(사마라)이 오른쪽 풀백으로, 김동진(제니트)이 이영표(도르트문트)를 대신해 왼쪽 풀백을 책임졌다. 중앙 수비에는 이정수(교토상가)와 조용형(제주)이 호흡을 맞췄으며 골키퍼는 대표팀 부동의 수문장 이운재가 주장으로서 어김없이 최종 수비의 자리를 지켰다.

반면 벼랑끝에 몰린 이란은 반드시 승점 3점을 챙기겠다는 각오로 팀내 최다인 4골을 기록중인 공격형 미드필더 자바드 네쿠남(오사수나)을 비롯해 마수드 쇼자에이(오사수나), 알리 카리미(페르세폴리스), 메디 마다비키아(프랑크푸르트) 등 해외파 공격수들을 총출동시켰다.

8승6무8패라는 상대 전적이 보여주듯 경기는 막상막하의 일진일퇴가 이어졌다. '한국을 잡고 남아공행 티켓을 잡겠다'는 이란과 '예선전 무패 행진 신화 창조'를 노린 한국의 기싸움은 시작부터 팽팽했다.

한국은 전반 11분 프리킥 찬스에서 올린 기성용의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첫 슈팅을 기록한 한국은 전반 15분 첫 득점 찬스를 잡았다. 중원에서 박주영이 밀어준 볼을 이근호가 받아 다시 백패스, 이를 박주영이 되받아 아크 정면에서 중거리슛으로 연결한 것. 그러나 낮게 깔린 볼은 골키퍼 가슴에 안기고 말았다.

이란의 공세도 매서웠다. 공격은 지난 2월 한국과의 최종예선 4차전에서 선제골을 신고한 바 있는 네쿠남이 주도했다. 이란은 전반 25분 김정우가 걷어낸 볼을 네쿠남이 쇄도하며 중거리슛으로 연결한 것을 시작으로 네쿠남을 비롯한 쇼자에이가 연거푸 위협적인 슈팅을 터뜨리며 허정무호의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거침없는 공세 속에 이란이 먼저 선제골에 성공했다. 후반 6분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쇼자에이가 이정수, 김동진을 제치고 헤딩슈팅한 것이 그대로 골대 안에 꽂혔다. 이운재까지 달려 나온 상황이었지만 쇼자에이의 슈팅이 반 박자 더 빨랐다.

그러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이 무너져 내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후반 36분 중원에서부터 단독 드리블하며 왼쪽 돌파에 성공한 박지성이 이근호에게 내준 패스를 다시 받아 문전쇄도하며 왼발슛으로 연결했고, 이란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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