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물 삼아 사상 첫 남북 월드컵 본선 진출의 화룡점정을 찍을까.

김정훈 감독이 이끄는 북한 축구대표팀이 거센 중동 원정길에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직행 출전권을 노린다.

북한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3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최종예선 B조에서 3승2무2패(승점 11)로 동률인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경기 결과에 따라 한 팀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직행 티켓을 얻는만큼 불꽃 튀는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승점 10점(2승4무1패)으로 바짝 쫓는 이란은 17일 원정경기에서 한국을 꺾고 사우디아라비아-북한이 비겨야 조 2위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직행할 수 있지만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치게 된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 모두 월드컵 본선 진출 열망이 크다.

북한은 8강 신화를 창조했던 1966년 대회 이후 43년 넘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북한이 본선 대열에 합류한다면 일찌감치 7회 연속 진출 쾌거를 이룬 한국과 남북이 나란히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5회 연속 본선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북한에 덜미를 잡힌다면 중동팀이 남아공행 직행 경쟁에서 모두 탈락하기 때문에 자존심을 살려야 할 중책도 안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나 역대 A매치 상대전적에선 사우디아라비아가 크게 앞선다.

사우디아라비아가 FIFA 랭킹 56위인 반면 북한은 106위로 무려 50계단이나 높다.

FIFA 순위가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완벽한 잣대가 될 수 없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북한의 열세를 반증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7차례 맞대결에서 1승3무3패로 밀렸다.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홈경기 때 1-0 승리를 거두면서 6경기 연속 무승 행진을 끝냈으나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은 무시할 수 없다.

열전이 치러지는 킹파드 스타디움은 7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데 경기 당일 홈팬들의 극성스런 응원 열기에 북한 선수들이 압도될 수 있어서다.

북한은 원톱 스트라이커인 정대세와 좌우 측면공격수인 홍영조, 문인국 등 3각 편대로 사우디아라비아 골문을 허물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뛰어난 위치 선정 능력과 대포알 슈팅을 자랑하는 정대세와 월드컵 최종예선 홈경기 때 결승골을 뽑아 사우디아라비아 격파에 앞장섰던 문인국은 골 사냥을 벼르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과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이끌어냈던 사우디아라비아도 날카로운 공격력을 뽐냈던 나세르 알 카타니가 안방에서 득점포를 가동할 태세다.

북한이 원정 팀들의 무덤에서 사상 첫 남북 동반 진출을 확정하는 축포를 쏘아올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