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8차전을 치른다.

남아공을 향한 긴 여정도 이 경기로 막을 내린다.

조추첨이 이뤄졌을 때 조 1,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했던 팀 간 대결이지만 현재 둘의 사정은 아주 딴판이다.

한국은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해 느긋하지만, 이란은 이번 경기에서 패하면 지구촌 최대 축구잔치에 초대받지 못한다.

한국-이란 경기의 관전포인트를 살펴본다.

◇박지성 vs 네쿠남 `이번에는'
지난 2월11일(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맞대결을 앞두고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양 팀의 주축 선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자바드 네쿠남(오사수나) 간 신경전이 화제가 됐다.

네쿠남이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험 많은 박지성조차 아자디에서는 아주 다른 분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지옥이 될 것"이라며 태극전사들을 자극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에 대해 박지성은 "글쎄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경기가 끝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가볍게 응수했다.

둘의 날 선 공방은 설전으로 그치지 않았다.

먼저 네쿠남이 경기 후반 12분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그러자 박지성은 후반 36분 기성용의 프리킥 때 골키퍼가 가까스로 막아내며 앞에 떨어뜨린 공을 몸을 던져 헤딩으로 골문에 꽂아 1-1 무승부를 만들었다.

박지성의 A매치 통산 10호골이었다.

이번에는 리턴매치에 앞서 박지성이 "우리는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란은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란으로서는 천국으로 가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먼저 경고했다.

측면 미드필더인 박지성과 중앙 미드필더인 네쿠남이 중원에서 벌일 싸움은 경기의 승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허정무호, 무패로 본선 가나
한국축구의 월드컵 도전사는 늘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시아 최초로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한 기세를 몰아 20년 만에 '예선무패 본선진출'까지 노린다.

남아공월드컵 3차예선에서 3승3무를 기록한 한국은 최종예선에서도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7차전(0-0 무승부)까지 4승3무의 성적을 거둬 13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벌였다.

한국이 월드컵 예선에서 한 번도 지지 않고 본선에 오른 것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뿐이다.

당시 이회택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1989년 5월 시작한 아시아지역 1차 예선에서 6연승으로 최종예선에 올랐다.

이어 같은 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치러진 최종예선에서도 3승2무를 기록, 총 11경기 연속 무패(9승2무)의 성적으로 이탈리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허정무호 출범 이후 첫 경기였던 지난해 1월 칠레와 평가전에서 0-1로 졌을 뿐 이후 A매치 23경기 연속 무패행진(11승12무)을 달리고 있다.

◇경고는 받아도 퇴장은 피하라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동진(제니트)은 2006 독일월드컵에서 23명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토고와 본선 조별리그 1차전은 뛰지 못했다.

'대륙별 예선 두 경기에서 각각 한 장씩 옐로카드를 받았으면 본선 출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두 장의 옐로카드 또는 한 장의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는 본선 첫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대회 규정 때문이다.

김동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마지막 경기에서 두 차례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이 규정에 적용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남아공월드컵 본선 페널티 규정은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대회처럼 본선 참가국이 확정되면 팀 워크숍을 통해 전달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단 퇴장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김동진의 경우처럼 감독이 한 경기를 포기하면서까지 본선 무대에 데려갈 수도 있겠지만 첫 경기를 못 뛴다면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뽑히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