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꽃피는 그라운드'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축구대표팀에 웃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훈련 때도 인터뷰 때도 여유로움이 묻어나지만 그렇다고 방심이라는 느낌은 없다.

15일 오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
이란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1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앞두고 치러진 대표팀 훈련은 말 그대로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자칫 헤이해질 수 있는 분위기지만 멋진 골 장면을 연출하려는 태극전사들의 끈끈한 호흡은 그 어느 때보다 치밀했다.

이란의 강점인 측면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수비 뒷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려는 허정무 감독의 전술도 그라운드에서 조심스레 펼쳐졌다.

본격적인 미니게임에 앞서 선수들은 패스 훈련으로 몸을 달궜고, 두 팀으로 나눠 패스와 헤딩을 적절히 섞은 릴레이 게임으로 땀을 냈다.

경쟁이 붙으면서 선수들의 호흡은 가빠졌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전 경쟁은 쉬지 않는다.

웃음소리가 잦아들지 않았지만 이란과 최종전을 앞둔 주전 경쟁은 여전히 치열했다.

허 감독은 주전조와 비주전조로 나눠 전후반 15분씩 미니게임을 치렀다.

주전조에는 박주영(AS모나코)-이근호(이와타) 투톱이 공격을 이끌었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청용(서울) 좌우 날개가 상대팀 좌우 수비를 흔들었다.

중앙에서는 김정우(성남)-기성영(서울)이 더블 볼란테를 맡았고, 김동진(제니트)-이정수(교토)-조용형(제주)-오범석(사마라)이 포백(4-back)을 이뤘다.

골키퍼는 이운재(수원)의 몫.
허 감독은 후반에 이근호 대신 양동현(울산), 김정우 대신 조원희(위건)만 바꿨다.

이란을 상대로 주전조를 투입해 20년 만에 '예선 무패'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세트피스 키커 박주영-기성용 '2파전'

대표팀은 지난 2월 이란과 최종예선 4차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36분 기성용의 프리킥이 골키퍼의 손끝에 걸려 흘러나오자 박지성이 쇄도해 헤딩으로 동점골을 뽑았다.

기성용의 날카로운 프리킥 능력이 골을 만들어낸 셈이다.

대표팀의 프리키커는 그라운드에서 기성용과 박주영이 위치와 거리에 따라 서로 상의해서 번갈아 차올리고 있다.

코너킥은 기성용이 전담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서 코칭스태프는 페널티지역 부근에서 프리킥 상황을 연출해 득점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박주영과 기성용은 나란히 볼 앞에 서서 수비벽 사이에 들어간 '아군'들의 위치를 조정해 줬고, 곧이어 둘이 눈빛 교감을 나누고 나서 박주영이 먼저 강하게 오른발 슛을 했지만 볼은 수비벽을 강타했다.

훈련을 이끈 정해성 코치는 곧바로 휘슬을 불어 다시 차게 했고, 이번에는 기성용이 키커로 나서 골키퍼도 꼼짝 못 한 기막힌 프리킥으로 골 그물을 흔들며 '선배' 박주영을 머쓱하게 했다.

기성용은 또 한차례 프리킥 시도에서 대포알 프리킥으로 크로스바를 맞춰 물오른 '슛 감각'을 선보였다.

(파주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