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에게 2007년 12월 국가대표 축구팀 사령탑에 오르는 과정은 유쾌하지 않았다. 원래 허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안중에도 없었다. 협회는 대표팀을 맡을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기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시도는 불발로 끝났고 허 감독을 울며겨자먹기로 선택했다. 한마디로 꿩 대신 닭이었다. 여론도 허 감독 편은 아니었다. "무승부가 너무 많다. " "전략도 전술도 없는 감독이다. " 이름에 빚대 '허무축구'라는 혹평도 나왔다.

축구팬들의 온갖 비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허 감독은 '진돗개'라는 별명처럼 끈질긴 승부 근성을 발휘했다. 이근호 기성용 등 젊은피 수혈을 통한 세대교체와 더불어 자율축구를 내세워 진가를 드러냈다. 결국 UAE를 꺾고 '죽음의 조'로 악명을 떨친 아시아지역 B조에서 1위로 2010남아공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7회 연속 진출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이제 남아공 월드컵까지 꼭 1년 남았다. "축구인생을 걸겠다"는 취임 일성처럼 허 감독은 선수들과 혼연일체가 돼 본선대회를 차질없이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내년 이맘때쯤 남아공에 울려퍼질 '대~한민국'함성과 함께 2002년 월드컵 신화를 재연했으면 한다.

김수찬 오피니언부장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