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홈 경기에서 득점없이 0-0으로 비겼다.

이미 아시아에서는 최초, 세계에서도 여섯 번째로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그래도 골 결정력 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함이 느껴진 한 판이었다.

이제는 아시아가 아닌 세계적 강호들을 상대해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한국은 이날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이미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지만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지난 7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원정경기 때 퇴장을 당했던 미드필더 김정우(성남)와 경고가 쌓인 좌.우 풀백 이영표(도르트문트), 오범석(사마라)이 뛰지 못했을 뿐 가용 전력 중 베스트 멤버가 선발로 나섰다.

한국은 5시간 시차가 나는 UAE에서 경기를 치르고 나서 7일 귀국해 사흘 만에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4일 중국 톈진에서 중국과 평가전(4-1 승)을 갖는 등 일찌감치 시차 적응을 마치고 8일 서울 땅을 밟았다.

게다가 3위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경기에서 패한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으로서는 홈 경기의 이점을 살리기가 쉽지 않은 경기였다.

우려했던 대로 전반 초반 태극전사들의 몸은 무거워 보였다.

중원에서 압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상대에게 몇 차례 기회를 줬고, 골키퍼 이운재(수원)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반면 박주영(AS모나코), 기성용(서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잇달아 터트린 슈팅과 프리킥은 상대에게 큰 위협을 주지 못했다.

다행히 점점 몸이 풀리면서 전반 중반 이후 경기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반 39분 기성용의 논스톱 오른발 슈팅은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고, 이후 문전 혼전 중 이근호(이와타)가 날린 슛도 골대를 벗어나 코너아웃되는 등 상대 골문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후반 들어서도 아쉬운 장면은 이어졌다.

후반 10분 김동진의 크로스에 이은 박주영의 헤딩슛은 골대를 벗어났고, 14분 이근호의 패스에 이은 박지성의 왼발슛은 빗맞는 등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서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후반 34분 미드필더 아흐메드 아티프가 이날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당하면서 수적 우위를 점한 뒤로는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비벽을 뚫을 만큼 날카로운 한 방은 보여주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 후 선발 투톱 이근호와 박주영에 대해 "움직임이라든지 위치 선정은 좋았는데 마무리 부족은 아쉬웠다"고 밝혔다.

이근호 역시 "문전에서 좀더 침착해야 했다.

타이밍을 놓쳤다.

골만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동료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영표, 오범석이 빠진 수비는 신체조건과 기술이 좋은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수들을 맞아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진정한 시험대였다.

김동진(제니트)-조용형(제주)-김형일(포항)-이정수(교토)로 꾸린 포백 수비진영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쳐 그런대로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물론 경기 초반 손발이 맞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있었고 막판 집중력이 흐트러져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했지만 끝까지 골문은 지켜냈다.

특히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이정수는 공격 가담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스피드가 좋은 선수가 포진한 상대 왼쪽 라인을 적절히 차단해 제 몫을 해줬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