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 키즈' 김인경(21 · 하나금융)이 미국LPGA투어 스테이트팜클래식에서 자신의 우상 박세리(32)를 한 타 차로 제치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김인경은 8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팬더크리크CC(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25만5000달러)을 보태 상금 랭킹 8위(45만8471달러)에 오르며 올 들어 우승을 놓친 미켈롭울트라오픈(2위)과 J골프휘닉스인비테이셔널(3위)에서의 아쉬움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그동안 부진에 시달렸던 박세리는 이번 대회에서 부활 샷을 선보였으나 단독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한희원(31 · 휠라코리아)과 이지영(24)은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를 기록했고,지은희(23 · 휠라코리아)가 6위에 오르는 등 한국 선수 5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4위였던 김인경은 이날 전반에 버디 4개,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며 선두 추격에 나섰다. 후반 들어서도 버디 4개를 추가하는 등 무서운 뒷심을 보였다. 특히 김인경은 16번홀(파5)에서 2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박세리와 공동 선두로 올라선 데 이어 17번홀(파3)에서 8m 거리의 긴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려 단독 선두로 나섰다. 18번홀(파4)은 가볍게 파로 마무리하며 경기를 마쳤다. 김인경은 "올 시즌 우승 문턱에서 몇 번 좌절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찾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김인경은 신지애(21 · 미래에셋) 박인비(21 · SK텔레콤) 오지영(21) 등과 함께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으로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골프에 입문한 '세리 키즈' 중 한 명.키 160㎝로 조그마한 체구지만 겁없이 미LPGA에 진출한 두둑한 배짱의 소유자다.

2005년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간 그는 US여자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 참가,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미LPGA 도전의 꿈을 품게 됐다. 무남독녀인 데다 든든한 후원업체도 없던 김인경은 어렵사리 부모의 허락을 받고 그해 혈혈단신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06년 12월 미LPGA 퀄리파잉토너먼트에서 수석으로 합격,정식 투어 무대에 서게 됐다. 2007년 6월 웨그먼스LPGA 대회에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깝게 준우승에 그친 데 이어 지난해 롱스드럭스챌린지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두면서 미LPGA 1세대인 박세리와 김미현(32 · KT)의 뒤를 이을 2세대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