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사상 첫 월드컵 남북 동반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가?'

일찌감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통과하며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쾌거를 이룬 축구 대표팀이 오는 10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직행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경기지만 아시아 최강자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기에 포기할 수 없는 일전이다.

더구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지 사흘만에 홈팬 앞에서 지는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다는 각오이다.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격파하면 4북한에게 4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선물'을 안겨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이 46위로 사우디아라비아(56위)보다 10계단 높지만 상대전적에선 4승6무5패로 박빙의 열세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11월20일 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에서 2-0 승리를 거두면서 19년간 이어왔던 `무승 징크스'에서 겨우 탈출했을 만큼 사우디아라비아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1989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에서 2-0으로 이긴 이후 한국이 지난해 승리 직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 성적표는 6경기 연속 무승(3무3패)이었다.

한국과 경기에 지면 5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원정에서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두 경기를 남겨둔 사우디아라비아는 3승1무2패(승점 10)로 한 경기를 더 치른 2위 북한(승점 11)을 바짝 뒤쫓고 있다.

승점을 따야 18일 안방에서 벌일 북한과 최종전에서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남아공 직행 티켓을 기대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안방에서 한국에 참패를 당하고 곧이어 최종예선 4차전 원정에서도 북한에 0-1로 덜미를 잡히자 사령탑이었던 나세르 알 조하르 전 감독을 경질하고 포르투갈 출신의 조제 페세이루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 대표팀을 재정비했다.

반면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의 사정은 좋지 않다.

입국 후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로 이동한 태극전사들은 사흘 후 경기를 하기 때문에 홈경기 프리미엄을 누리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7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최종예선 6차전 원정 때 베테랑 미드필더 김정우(성남)가 옐로카드 두 장을 받으면서 퇴장당했고 주전 수비수 이영표(도르트문트)와 오범석(사마라)은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어 전력 누수가 불가피하다.

허정무 감독은 이들의 공백을 조원희(위건)와 김동진(제니트), 김창수(부산)로 메운다는 복안이지만 최상 전력을 내기 어렵다.

대표팀은 어려운 조건에도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중심으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하는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던 박주영(AS 모나코)과 쐐기골의 주인공인 기성용, 날카로운 크로스로 어시스트를 배달했던 이청용(이상 FC 서울), 간판 골잡이 이근호(주빌로 이와타)를 앞세워 사우디아라비아 격파에 나선다.

허정무 감독은 귀국 직후 인터뷰에서 "이제는 북한도 함께 진출했으면 좋겠다"며 남북 동반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태극전사들이 홈팬들의 응원 속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북한의 월드컵 본선 진출 희망을 살려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