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AE 꺾으면 남아공 월드컵 직행

한국 축구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마련됐다.

북한은 한국-UAE 경기에 앞서 치러진 이란과 맞대결에서 지독한 `무승 징크스'를 깨지 못해 8강 진출 신화를 이뤘던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 꿈이 여전히 안갯속에 쌓이게 됐다.

북한은 6일 평양 양각도 경기장에서 펼쳐진 이란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B조 최종예선 7차전 홈경기에서 공방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

이로써 북한은 이란과 역대 A매치 상대전적에서 15경기 연속 무승(4무11패) 행진을 이어가며 단 한 차례도 승리와 인연을 쌓지 못했다.

북한은 최종예선전 3승2무2패, 승점 11점을 기록하면서 마지막 남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정 경기 결과에 따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남아공 직행 티켓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이란은 1승4무1패, 승점 7점이 되면서 남은 아랍에미리트(UAE), 한국과 경기에서 모두 이긴다고 해도 승점이 13점에 그치게 돼 본선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두 팀이 비기면서 B조 선두인 한국(3승2무)은 7일 새벽(한국시간) 두바이에서 열릴 UAE와 최종예선 6차전에서 승리하면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남은 두 경기와 상관없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쾌거를 이룬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3만여 관중의 일방적 응원을 등에 업은 북한은 정대세-문인국-홍영조가 공격의 삼각 편대를 이뤄 이란의 골문을 열려고 했지만, 이란의 압박 수비에 공이 최전방으로 제대로 연결되지 못해 전반 내내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이란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알리 카리미를 최전방에 내세우고 주장 완장을 찬 메흐디 마다바키아의 날카로운 볼 배급으로 경기를 조율했다.

북한은 경기 시작 1분 만에 홍영조가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후방에서 올라온 전진패스를 오른발 아웃사이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공이 오른쪽 골대를 벗어났다.

이란이 거센 반격에 나섰다.

북한은 전반 4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터져 나온 강력한 슈팅이 골키퍼 리명국의 선방으로 막아냈다.

이란은 11분에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골포스트를 스쳐가는 슈팅을 날리는 등 전반 내내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40분에는 이란의 바히드 하세미안이 2대 1 패스에 이어 올라온 공을 골대 정면에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포스트 왼쪽을 살짝 빗나갔다.

하지만 후반 들어 정반대 양상이 연출됐다.

북한은 1분 만에 정대세가 상대 패스를 가로채 띄웠고 홍영조가 대포알 같은 슈팅으로 연결하자 이란 골키퍼 사예드 라마티가 가까스로 공을 쳐냈다.

이어 흘러나온 공을 홍영조가 올려주자 정대세가 다이빙 헤딩슛을 했지만 아깝게 골대를 비켜갔다.

19분에는 홍영조가 골대에서 30여m 떨어진 지점에서 찬 프리킥이 이란 골대 왼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했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다.

후반 32분에도 박남철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 구석에서 날린 강슛이 골키퍼 손을 맞고 나와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쳤다.

반격에 나선 이란도 후반 두 차례 좋은 슈팅 기회를 맞았지만 전체적으로 북한의 기세에 눌리면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북한은 후반 추가시간에 박남철이 왼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자 정대세가 헤딩을 했지만 공이 골대 위로 뜨면서 마지막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