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계투로 보직이 바뀐 박찬호(36.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선발 재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필라델피아 제2선발로 활약해온 우완 브렛 마이어스가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라 사실상 올 시즌을 마감했지만 찰리 매뉴얼 필라델피아 감독은 박찬호를 여전히 불펜 투수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31일 필라델피아 구단과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따르면 마이어스는 오른쪽 엉덩이 근육 파열로 수술을 받게 돼 올 시즌 남은 경기에 출전하기 어려워졌다.

마이어스는 올 시즌 10경기에 선발로 나와 4승3패 평균자책점 4.66을 기록했다.

마이어스의 이탈로 필라델피아 선발진에는 큰 구멍이 났다.

시즌 개막과 함께 제5선발 낙점을 받아 7차례 선발로 나섰던 박찬호가 다시 기회를 잡을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매뉴얼 감독은 박찬호의 선발 재진입 가능성을 배제했다.

매뉴얼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박찬호를 영입한 것은 볼펜 요원으로 쓰기 위한 목적"이라며 "박찬호는 2∼3이닝 정도 던지는 데 적합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매뉴얼 감독은 "박찬호는 자신이 가장 잘 적응하는 역할을 통해 우리 팀에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5선발 경쟁을 벌였던 J.A 햅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박찬호의 불펜 잔류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햅은 30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경기에서 5⅓이닝 3피안타 3실점으로 시즌 첫 선발승을 따내 선발 투수로 점점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햅은 시즌 3승에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고 있다.

마이어스가 비운 선발 자리는 트리플A에서 올라오는 투수가 메울 것으로 보인다.

루벤 아마로 필라델피아 단장도 이를 뒷받침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1승을 거둔 경력이 있는 카일 켄드릭이 가장 유력하고 안토니오 바스타도, 앤드루 카펜터도 거론되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18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마지막 선발 경기에서 1⅓이닝 5실점으로 조기 강판한 뒤 두 차례 구원 등판에서 4이닝 1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26일 플로리다전에서는 3이닝 5탈삼진으로 구위가 살아날 기미를 보였다.

필라델피아가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지만 올 시즌 선발진에는 초반부터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어 박찬호의 선발 재진입 가능성을 완전히 접기는 아직 이르다는 전망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