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만 웃고 나머지는 울었다.'

주말 밤마다 국내 축구 팬들의 잠을 설치게 한 유럽 해외파들의 2008-2009 시즌 개인별 활약은 크게 대조를 이뤘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은 주전으로 입지를 굳게 지키며 최고의 시즌을 맞았지만 김두현(27.웨스트브롬)과 조원희(26.위건 애슬레틱)는 부진과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또 독일 무대에서 활동하는 '베테랑 수비수' 이영표(32.도르트문트)도 험난한 주전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박지성 = 프리미어리그 데뷔 이후 올 시즌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3년 연속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기여하는 등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또 갈수록 공수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해 무릎 부상에서 완벽하게 부활한 모습이다.

맨유와 재계약 전망도 매우 밝다.

맨유는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영국 언론은 박지성이 주급 5만 파운드(약 9천600만 원)를 받고 맨유에 4년 더 남기로 구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박지성은 맨유와 2009-2010 시즌까지 계약한 상태다.

맨유가 박지성을 잡고 싶을 정도로 이번 시즌 박지성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올 시즌 정규리그 팀의 38경기 중 25경기에 출전했고 이 가운데 21경기는 선발이었다.

특히 풀타임 활약은 10차례나 됐다.

나머지 선발 11경기에서도 모두 후반에 교체될 만큼 강철 체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박지성이 선발 출전한 21경기에서 맨유가 거둔 성적은 14승4무3패. 지난 시즌의 '박지성 선발=팀 승리' 공식은 깨졌지만 박지성은 팀의 활력소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얻은 박지성의 공격포인트는 2골 2도움.
박지성은 지난해 9월22일 첼시와 대결 때 시즌 첫 골을 터뜨리며 값진 1-1 무승부에 이바지했고 지난 3일 미들즈러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해 2-0 승리에 앞장섰다.

또 FA컵에서도 3경기 출장해 한 차례 골문을 갈랐다.

이와 함께 박지성은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경기(4경기 선발)에 나와 한 골을 사냥하며 팀이 결승에 진출하는 데 힘을 보탰다.

박지성은 2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릴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정전 출격도 유력하다.

박지성이 출전하게 되면 아시아인 최초로 결승 무대를 밟게 된다.

◇김두현 =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시즌이다.

김두현은 이번 시즌 주전 경쟁에서도 밀려 2군에서 뛰거나 벤치를 자주 지켰고 국가대표팀에도 잇따라 발탁되지 못했다.

소속 팀 웨스트브롬도 프리미어리그 최하위에 머물며 승격 한 시즌만에 다시 챔피언십(2부리그)으로 강등됐다.

김두현의 개인 성적표도 보잘 것 없다.

지난 1월 잉글랜드 FA컵 4라운드(32강) 챔피언십(2부) 번리와 홈경기에서 프리킥 골을 터뜨린 게 올 시즌 처음이자 유일한 골이 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선발로 9경기, 교체 멤버로 6경기 등 모두 15경기에 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FA컵은 3경기에 나서 1골을 넣었다.

다만 김두현은 올 시즌 최종전에 모습을 보여 다음 시즌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남겨뒀다.

김두현은 25일 블랙번 로버스와 원정경기에서 후반 38분 교체 투입됐다.

김두현의 프리미어리그 출전은 지난 2월8일 뉴캐슬과 25라운드 홈 경기 이후 3개월 보름 여만이다.

◇조원희 =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른 것에 만족해야 했다.

조원희는 지난 16일 스토크시티와 37라운드 원정경기 때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후반 14분까지 59분을 뛰며 한국인 선수로는 6번째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뛴 선수가 됐다.

지난해 K-리그 수원 삼성에서 뛰고 나서 지난 2월 위건과 2년6개월 계약을 했던 조원희는 4월1일 북한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1-0 승리)을 다녀오고 나서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찢어져 시즌을 완전히 접는 듯했다.

하지만 조원희는 예상보다 부상에서 일찍 회복,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다음 시즌 부활을 예고하는 동시에 오는 28일 소집될 한국 축구대표팀에도 발탁돼 부상 우려를 털어냈다.

조원희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차례 선발 출전하고 두 차례는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라운드에 나서지는 못했다.

위건은 12승9무17패(승점 45)로 리그 20개 팀 가운데 1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영표 = '베테랑 수비수' 이영표도 독일 분데스리가로 옮긴 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영표는 올 시즌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고 선발 17경기, 교체 1경기 등 18경기에 출전해 득점 없이 어시스트 1개를 올렸다.

도르트문트도 전날 이영표가 결장한 가운데 묀헨글라드바흐와 1-1로 비겨 6위로 밀리면서 유로파리그(전 UEFA컵)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다.

이영표가 2경기에 나선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에서도 소속 팀은 1라운드에서 조기 탈락했다.

이영표는 지난 4월 북한과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발등 인대 부상으로 결장 기간이 한 달을 넘기도 하면서 데데와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